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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심채경 리뷰 과학자가 쓴 에세이 의 제목이 궁금한 사람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문학자는 밤하늘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서 별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다. 과학자라는 타이틀, 그리고 천문학자라는 직업은 듣자마자 세상 멋있고 세상 힙하게 느껴진다. 사실 '천문학자'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이 책을 펼쳐보기 시작한 사람이 99.99%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실제로 과학자들은 컴퓨터 앞에 몇 날 며칠 또는 몇 년(!)까지도 앉아서 끝없이 자료 분석을 한다는 슬픈 현실을 알게 된다. 우리 머릿속 천문학자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고 새로운 별을 발견하지만, 진짜 천문학자는 하와이 망원경이 관측해 둔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각종 연구를 진행한다. 그래도 우주와 행성과 별과 달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여.. 2021. 7. 23.
정이현 < 우리가 녹는 온도> 리뷰 정이현 리뷰 책 는 정이현 작가의 산문집이자 엽편소설이다. 엽편소설은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낙엽' 같은 소설을 말한다. 책 사이사이에는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난 전자책으로 읽어서 흑백으로 봤는데도 사진이 주는 느낌이 좋았는데, 실제로는 컬러라 더더더더더욱 예뻤다(!). 책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이다. 문장들도 사진처럼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한편 한편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모든 소설이 다 마음을 울리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중 마음에 와 닿았던 한 문장을 적어본다.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사라진 것들'은 녹아버린 눈사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눈사람이 녹지 않길 바라는 어린시절 우리의 동심도 나타낸다. 책 제목 '우리가 녹는 온도'도 눈사람을 의미할수도 있지만, 난 다른 부.. 2021. 7. 18.
김소영 < 어린이라는 세계> 북토크 리뷰 김소영 북토크 리뷰 북토크 QnA 정리 Q. '성북구 한 책 후보도서'로 선정된 기분 A. 제가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내가 뽑으라고 해도 뽑을 만큼 좋은 책들이다. Q. 어린이라는 주제로 쓰게 된 계기는 A. 코로나로 인해 각 가정에서 어린이를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독서교실을 운영 중인데 에 대한 독서교실 어린이들이 반응은 '어 선생님이 쓴 책이다'라고만 하고 시큰둥하다. 자기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Q. 소개 A. 는 처음부터 어린이에 대해서 개인의 기록으로 블로그에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정리하려고 쓴 것인데 직업상 어린이랑 가까이 지내다보니까 글을 쓸 때마다 어린이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만난 어린이, 내 어린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어떤 어른이.. 2021. 7. 17.
이정명 < 부서진 여름> 리뷰 이정명 리뷰 지수를 바라보는 더러운 시선 책 은 주인공 '한조'의 충동적인 거짓말이 옆집 친구 '지수'를 자살하게 만든 이야기다. 책 분위기는 작가가 남자라는 강한 인상을 준다. 주인공 남자는 예술적 재능이 있음에도 한없이 나약하고 못났고 찌질하게 그려지는 반면,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와 형 '수인'이 좋아하는 여자는 모두 여신처럼 아름답고 부드럽고 신비로운 환상 속의 존재로 묘사된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소설을 읽는 내내 더럽게 느껴졌다. 하얀 손목, 가느다란 실핏줄 등 10대 소녀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부추기는 장면이 많다. 게다가 한조는 실제로도 10대 소녀와 관계를 갖는다. 본인은 10대인줄 몰랐다고 하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람의 핑계일 뿐이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미성년자인 지수를 .. 2021. 7. 4.
신이현 < 숨어있기 좋은 방> 리뷰 신이현 리뷰 1994년에 출간된 소설 은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현대적이고 날카롭게 현실을 꿰뚫고 있다. 주인공 '이금'이는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세상만사를 다 비판적이고 염세적으로 바라본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놀러다니며 술만 마시는 현실에 회의감을 느껴 자퇴하고, 결혼을 하고서도 가족에 정착하지 못하고 뜻밖의 연애를 꿈꾸며 나돌아다닌다. 이런 주인공의 알수없는 방랑벽은 수년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의 역마살을 물려받은 게 아닌가 싶다.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정을 꾸릴 자격이 없다. 주인공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고 자신을 속박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언뜻 보면 쟤는 왜 저럴까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 모두가 마음 속으로 꿈꾸는 삶이 바로 한없이.. 2021. 6. 29.
기욤 뮈소 < 인생은 소설이다> 리뷰 기욤 뮈소 리뷰 책 는 기욤 뮈소 본인의 작가로서의 야심과 욕망, 열정이 다분히 반영된 작품이다. 어쩌면 소설을 가장한 일기장일수도 있다.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고 해도, 책 속에는 항상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기욤 뮈소도, 결국 이 세상은 누군가가 쓰고 있는 소설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꾼 후, 내가 나비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내가 된 꿈을 꾸는 중인지 모른다고 한 것과 같다. 진리는 결국 하나라는 말이 떠오른다. 수천년전 장자가 깨달은 것을 기욤뮈소도 결국 깨달은 것이다. 어떤 기술을 계속 갈고닦아 마침내 장인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오히려 모든 동작이 굉장히 단순해진다고 한다. 기욤 뮈소 역시 베스트셀러 쓰는 기계처럼 작품을 찍어내다가 결국에는 .. 2021. 6. 17.
김호연 < 불편한 편의점> 리뷰 김호연 리뷰 소설 은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인 편의점을 무대로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쳐가지만, 그 중심에는 독실한 기독교인 편의점 사장님과 서울역 노숙인 출신의 독고 씨가 있다. 익숙한 소재인 편의점과, 익숙치 않은 노숙인이 어우러져 소설이 익숙한듯 신선하게 전개된다. 웃긴 건 서울역 노숙인은 누구나 싫어하는 대상인데 그런 독고 씨가 이 책의 주인공이자 모든 스토리를 하드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도 없고 냄새난다고 무시당하는 대상인 지하철 노숙인은 사실 이 책처럼 수많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뿐이다. 작가는 일부러 독고 씨가 과거를 말하지 않게 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독고 씨가 진짜 기억이 안나나보다, 하고 포기할 때쯤 급작스럽게 그의 과거가 .. 2021. 6. 12.
샤를로테 루카스 < 당신의 완벽한 1년> 리뷰 샤를로테 루카스 리뷰 로맨스 소설 은, 거의 천 페이지에 달하는데도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꿀잼소설이다. 정말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로맨스를 풀어낸다. 우선 책을 어느 정도 읽을 때까지는 누가 로맨스의 주인공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처음부터 누가 누구와 이어질지 한눈에 보이는 것보다, 누가 이 책의 메인 커플인지 알 수 없는 전개가 훨씬 몰입감 있었다. 두 주인공은 독일에 사는 남녀다. 작가가 독일사람이기 때문이다. 독일 하면 노잼이라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숴준 훌륭한 분이다. 독일 사람들도 모두가 칸트처럼 규칙적으로 똑딱거리며 시계같은 인생을 사는 건 아닌가보다. 에너지 넘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한나'는 왠지 독일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는 '요나단'이 훨씬 더 독..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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