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버그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리뷰
책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는, 노인이 된 아서 씨의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혐오가 존재하지만 그중 노인 혐오도 만연하다. 노인을 공경하던 사회는 사라지고 비상식적인 일부 노인을 일반화하여 모든 노인을 혐오하곤 한다. 꼭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인이라는 존재를 노인 스스로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게 되었다. 노인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경제적, 신체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라는 책에서는 노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노인이 전원생활을 하면 그동안 살아온 삶의 지혜 덕분에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지만, 도시에 살면 개인주의 때문에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되고 더군다나 병든 노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도시화되면서 벌어진 현상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된다. 즉 노인 혐오는 미래의 자기 자신을 향한, 또한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향한 혐오다. 따라서 정말 없어져야 할 일이지만 이미 굳어진 이미지를 한 순간에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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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영향력이란
이 책에서는 노인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당장 오늘 내일하는 힘없는 노인이라도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망한 배우자도 얼마나 더 오랫동안 남겨진 배우자에게 기억되며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여러 사정으로 가출한 비행소녀를 부모보다 더 따뜻하게 감싸주며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노인이라고, 은퇴했다고 해서 삶이 끝난 게 아니며 오히려 얼마든지 소소한 즐거움과 삶의 기쁨을 주변에 전파하고 스스로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아내가 사망한 뒤 우울증에 걸린 한 남자는, 자기 자신은커녕 곁에 있는 딸조차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그래서 외로움에 떠돌다 가출청소년이 된 남자의 딸은 아서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가출청소년 매디는 배우자를 상실한 슬픔에 빠져 자신을 돌보지 못한 아버지 대신, 자신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돌봐준 아서 할아버지와 이웃집 루실 할머니 덕분에 애정결핍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역시 인간은 소속감과 유대감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가보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 셋이 모여 가족처럼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많은 노인들조차도 스무 살처럼 풋풋한 사랑에 빠지고 청혼을 받고 프로포즈를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내일을 기대하며 설렐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나도 언젠간 노인이 될 텐데, 우울한 미래만 있다고 생각하고싶진 않기 때문이다. 50대 지인은 아직 죽을 날이 멀었는데도 벌써부터 일찍 죽고싶다고 했다. 늙고 쇠약해진 모습으로 수십 년간 살아가기가 두려운 것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번쯤은 한다. 심지어 10대 청소년 입에서조차 60살 되기 전에 죽고싶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따뜻한 아서 씨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런 걱정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바보같은지 알게 된다. 우리의 노인으로서의 삶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피어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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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이 책은 매 순간 감사하며 살게 하는 책이다.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삶을 돌아보게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에 대해 넌지시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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