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유 <유원> 북토크 리뷰
백온유 <유원> 북토크 리뷰
지난번 우연히 성북문화재단에서 하는 북토크를 본 뒤, 다른 북토크 일정도 알게 돼서 이번에는 미리 책을 읽고 리뷰도 썼다.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김겨울이 성북구 한 책을 소개해준다! 너무 좋다~~~ 백온유 작가님은 올림픽이 진행 중인데도 북토크에 와준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하셨다. 지난번 <어린이라는 세계>에 이어 두번째 성북구 한 책 후보도서 <유원>의 북토크다. 진행장소는 성북구 도서관이라고 한다. 되게 세련되고 멋있는 도서관이다. 올해의 한 책 후보도서는 원래 270권이나 있었는데 최종후보가 네 권으로 압축된 거라고 한다. 어린이라는 세계, 유원, 시선으로부터,, 천 개의 파랑 이렇게 네 권이다. 책들이 다 재밌을 뿐만 아니라 뜻깊고 훌륭한 책이라서 참 좋다. 북토크까지 이렇게 해주니까 너무 감사하고 좋은 저녁이 되어 행복하다. 보통 좋은 책을 읽으면 책뽕(!)이 차오른다. 내가 이렇게 교양있는 사람이다~ 이런 뿌듯함과 잘난척하는 느낌? 그런데 그 뽕을 더더욱 극대화시켜주는 게 바로 북토크다. 게다가 성북문화재단에서는 북토크를 넘어 아예 독서토론까지 온라인으로 주최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토론까지 하면 진짜 책뽕이 백두산만큼 차오를 것 같다.
온라인 ZOOM 토론은 8월3일(화) 저녁 8시, 그리고 8월5일(목) 오전 10시에 진행됩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토론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 BIT.LY/2021후보도서데이<<< 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작가와의 QnA 정리
김겨울(이하 김): 책을 내고 나서 다시 읽는지?
백온유(이하 백): 책을 쓰면서 너무 지겹게 봐서 안보다가 요즘 다시 보는 중.
김: 요새 근황
백: 6~7월이 제일 바빴다. 학교도 다니고 부산, 전라도 등 지방도 다니며 독자들을 많이 만났다. 7~8월부터는 집중해서 글을 쓰려고 준비 중이다. 청소년 독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만나고나면 확실히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김: <유원>을 못읽으신 분들에게, 어떤 소설인지 소개한다면?
백: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 재밌게 설명을 못해서 흥미가 떨어질 것 같다. <유원>이라는 소설에는 어린 시절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한 청소년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삶이 노출되어 굉장히 예민하고 외부자극에 크게 반응하는 친구가 나온다. 그 친구가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자기 아픔을 극복하는 소설이라고 말을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재미가 없어 보이네요.
김: 재밌어요. 사전질문을 드려볼게요. MBC창작동화대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
백: 진짜 단순해요. 대학 졸업때까지는 시를 썼는데, 저를 가르친 교수님이 세 쪽짜리 동화를 30분동안 서평도 해주시고 이런 내용이라며 강의도 해주셨어요.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열심히 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많이 읽고 쓰다보니 이런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김: 단순하지 않고 뜻깊은 계기 같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경계가 있을지?
백: 청소년 소설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진입장벽이 없고 많은 분들이 쉽게 접근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만큼 어른 독자님들이 너무 쉽고 단순하고 수준 낮다는 편견도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청소년에 대한 것이므로 훨씬 더 쉽지 않고 복잡한 것 같다.
김: 지난번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청소년에 대해서도 그런 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나는 미안해하며 눈을 떴다.'였다. 이에 대한 사전질문이 있었다.
백: 정말 시선을 끌고 싶다, 뭔가 하고싶다는 생각에 첫문장은 다들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다보면 엉뚱하게 갈수도 있어서 그냥 툭 썼던 것 같다. 유원이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엔 보통 아무생각없이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한다. 유원이도 무의식의 밑바닥에 있는 감정이 미안함이라서 툭 튀어나왔다고 보면 된다. 약간 자동적으로 나오는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김: 등장인물 이름의 의미는?
백: '유원'은 아득하고 심오하다는 뜻이 있다. 소설은 거의 나온 상태였는데, 뭔가 '유원'이라는 이름이 아득하고 심오한 아이에게,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원이라고 정했어요. '예정'이 이름은 가장 먼저 정했던 것 같아요. 뭔가 예정된 사람. 사람들이 예정이라는 아이를 묘사할 때 굉장히 신격화, 영웅시하고 그런 게 유원이를 불편하게 하는데, 예정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주기 위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신아'라는 이름은 제 친구가 추천해줘서 별 고민없이 지었어요.
김: 딱 들었을 때 기억에 남는 그런 이름으로 잘 선정한 것 같아요. 작가님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애착을 많이 가진 인물은?
백: 아무래도 주인공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인물이고,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항상 바뀌긴 하는데 요새는 꾸준히 애착이 가는 인물은 정현이다. 제 사촌동생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정현이는 앞으로 자기가 안전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계속 증명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 제 사촌동생이 어린시절 저희 집에 피난온 적이 있다. 아주 어린시절인데도 그런 얘기를 했다. 내가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을 닮았을까봐 두렵다고. 나중에 아빠의 어떤 면이 발현될까봐 무섭다. 굉장히 친절한 아이인데 지금까지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계속 증명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의 번뇌와 고통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랜시간 그 아이를 지켜보면서, 정현이라는 친구가 자주 애착이 간다.
김: 저는 수현이가 좋았다. 쿨해서. 대범해보이는 행동도 환경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래서 마음이 좀 갔다. 그리고 작가님에 대한 사전질문도 있다. 쓰다가 막히면 새벽에 나가서 유원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걸었다는데,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는지?
백: 아무래도 글을 쓰는 동안에 머릿속에 구상은 빨리 했는데 갈등이 약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야기가 흘러가긴 하는데 뭔가 하이라이트, 절정에 다다른 부분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고 되게 공감했다. 그래도 18세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이 정도도 치열하고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김: 소설 속 인물들도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된다는 게 인상적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질문도 있다. 반복적으로 꿈을 꾸다 깨는 장면이 있다. 유원의 꿈과 잠이 가지는 의미는?
백: 유원이가 슬픈 이유, 안된 이유는 꿈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걸 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꿈과 현실이 분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과거의 슬픔이 꿈마저 침범한다. 불길이 엉겨붙는 꿈도 꾼다. 그런 것들이 이 아이의 현실이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을 독자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사귀고 일탈을 해도 꿈에서는 자꾸 과거 사건을 상기하게 된다.
김: 유원을 살려낸 인물이자 내내 힘들게 한 인물, 아저씨에 대한 질문. 아저씨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백: 포기하고 싶은 인간 중에 제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인간. 그게 한 줄로 정리한 아저씨다. 이 사람의 인간성을 발견하고 싶게 하는 그런 인간이다.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닐 거라는 믿음을 발견하고 싶다. 살면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민폐덩어리에 눈치도 없고 지긋지긋하게 만드는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이 사람에게 어떤 면에서 측은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연락 안하고 싶지만 차마 끊어버리지 못하는 것들. 아저씨가 그런 인간군상의 대표처럼 보였다고 생각한다. 아저씨가 이렇게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고?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러나 아저씨가 180도 고쳐진 게 아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찾아와서 유원이를 괴롭힐수도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근데도 유원이의 삶이 나아졌다고 생각한 이유는, 한번 아저씨를 끊어내봤기 때문에 두번 세번도 끊어낼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것 같다. 에이 나쁜 사람! 이렇게만 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확 와닿았다. 유원이의 부모님에 대한 질문도 있다. 아저씨를 끊어내지 못하는 부모의 태도가 섭섭했다. 그들은 어떤 분들인지
백: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 되기 쉽지만, 집에서는 그렇지 않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유원이는 우리 엄마 아빠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녀에게 그런 평가를 받기 굉장히 어렵다. 유원이는 부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비난하지 못한다.
김: 미움이라는 감정이 참 복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은 증오나 미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있으신지?
백: 저는 미움이나 증오 같은 것들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는 체질적으로 그런 감정을 오래 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해소하지 못하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지친다. 그래서 최대한 해소하려고 한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나와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기억을 복기하려고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너무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유원이가 가지고 있는 증오라는 감정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저씨를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측은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것도 담아보려고 한 것 같다.
김: 비극을 겪은 사람의 주변사람들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하는데, 책 속에서 유원이를 대하는 어른과 청소년의 태도의 차이는?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사건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대부분 어른들이었다' 이런 내용이 나온다.
백: 물론 어른 중에서도 미숙한 사람이 있고 청소년 중에서도 성숙한 사람이 있다. 타인의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 이런 개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유원이에게 상처를 주는데 어른이 이런 시도를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유원이는 어른들이 감당하기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상처를 주는 것은 안타깝게도 어른들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김: 유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질문도 있다. 유원의 이름과 얼굴이 돌아다니고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 유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친절, 동정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주변사람들에게 좀더 조심스러워지게 됐다. 관심이나 친절이 의도치 않게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작가님이 지키려고 하는 선이 있다면?
백: 제가 택하는 방식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언제나 하고 걱정이 되긴 한다. 너무 소극적으로 사는 게 아닌가 하고. 그래도 최대한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제가 한마디 얹는 것도 그 사람은 백마디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정말 어렵게 꺼낸 말인데 이 사람은 똑같은 말 3~40번 들은 상황일수도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더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 그게 폭력적이지 않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대신 내가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그 시선을 들키면 안 된다. '니 곁엔 내가 있으니 언제든지 내 손을 잡아' 이런 마음을 너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제가 등장인물 중에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누구일 것 같은가?
김: 부모님? 신아언니? 아저씨? 수현이 부모님? 누굴까요 없는 것 같아요
백: 카페에서 아저씨랑 유원이가 얘기하고 있을 때 뒤에서 카페 손님 중 하나였던 언니가 눈짓으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사실 괜찮은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른의 태도인 것 같다. 그러려고 노력을 한다.
김: 그 장면 보면서 나도 그런 언니가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청소년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또 그때의 자신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백: 제가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서 저한테 말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저한테 '의심해라'라고 말하고 싶다. 유원이에게는 조금 긍정적인 면이 필요한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너에게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저 자신에게는 의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저는 의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서. 한두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잘못이지만 계속 속으면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무식은 죄가 아닌데, 무식하면 죄를 짓게 된다는 말을 해준 선생님이 있다. 너무 잘 속으니까 누군가의 편이 되기도 쉬운 사람이었다. 사실은 내가 편든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청소년기에 가져야 할 덕목은 의심하고 판단하는 거였던 것 같다.
김: 어떻게보면 그시절의 특권인 면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지나고 나면 상처로 남기도 하는 것 같다. 유원처럼 스스로를 위해 용기내려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백: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뭔가 교훈을 드려야할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건 없다. 저에게 하고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걸 보시는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다. 용기를 너무 많이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원래 이런 모습이야, 용기도 없고 소심하고 겁나는 것도 많고 안되는 것도 많고 잘하는 것도 없는게 내 모습이야. 그렇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야. 오늘도 내일도 비슷할건데, 여기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도 나는 큰 일을 한거야, 라고 뭔가 자신을 위로하는 거죠. 다독여주고. 이걸 약간 정신승리라고 하잖아요. 그런 승리가 필요해요. 나를 위로해주고 품어주고 이해해주는 것. 그게 사실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이 몸을 이 정신을 가지고 팔십년을 살아가야 하는데 나를 계속 받아주지 못하고 미워하는 건 너무 힘들잖아요.
김: 모두 마음놓고 정신승리하시길...(웃음) 유원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백: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 절판된 책이다. 단편소설인데. 대학교 때 많이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많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사건 사이의 핍진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되게 운명적이다. 핍진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만드는 게 이 작가님의 힘인 것 같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힘인 것 같다. 아 이렇게 쓰고 싶다. 그래서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절판이 됐다. 다시 내주셨으면 좋겠다. 진짜 좋은 책이다.
백: 로드(코맥 매카시)라는 작품이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다. 근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들이다. 코맥 매카시 작품들을 다 좋아한다. 책 <유원>에도 코맥 매카시 작품이 나온다. 대학교 때 많이 읽었다. 가족간의 사랑, 부모와 아이의 사랑에 관심이 많다. 지금 쓰는 작품도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에 제가 관심이 많다. 한 생명,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이야기에 마음을 많이 뺏긴다. 로드 라는 책을 백번도 넘게 읽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을 뺏긴다. 읽어보시면 좋아할 것 같다.
김: 영화도 골라주셨는데 어떤 영화죠?
백: 다시 태어나도 우리(문창용)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원래 제가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카메라가 너무 많이 개입하지 않고 이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내가 그걸 보는 걸 좋아한다.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뭔가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굉장히 운명적이다. 개연성이 없다. 왜 이 사람들이 같이 다니는거야 하면서. 그러면서도 뭔가 끊을 수 없는 운명이 있는 것 같다. 이 다큐멘터리 내용이 소설로는 구현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삶이다.
김: 저도 이런 관계가 있을 수 있나 하면서 봤다. 좋은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정현이가 유원이에게 음악을 추천해주는데, 작가님도 추천해주고 싶은 음악이 있는지?
백: '세오'라는 아티스트를 되게 좋아해요.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인데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게 신기해요. 그분의 음악이 천재적일수도 있지만 만드시는 음악이 1부터 100까지 다 좋아요. 무명일 때부터 들었는데 OST를 많이 만드시는 분이거든요. 드라마 OST를 듣다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면 그때마다 이분이었다. 정말 신비한 사람이다. 정말 나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아티스트라서 추천해드리고 싶다. 응원하고 싶다. 이분의 모든 노래를 다 좋아한다. 저는 귀가 피곤해지지 않는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여성분이고 동명이인이 좀 있다. 영어로 SEO.
김: 유튜브 라이브 큐앤에이 시간이다. 늘 엎드려 자던 아이 이상인이 궁금하다.
백: 상인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이 따로 있다. 편의점에서 밤에 알바를 하기 때문에 낮에는 잠을 잔다. 그리고 숨겨진 과거는, 어린시절 축구를 하던 아이라서 굉장히 활동적인데, 모종의 외부의 이유로 그러지 못하고 알바를 하고 있다. 관심 있으시면 다음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김: 다음 현장질문이다. 높이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높이 설정에 대한 작가님의 설정 배경이 있는지?
백: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고, 가장 많이 자유를 느끼고 싶은게 아마 십대일텐데 딱히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어른들을 피해서 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봤자 별로 없는데, 더 많이 벗어난 공간인 옥상을 찾은 것이다. 11층이라는 공간은 너무 낮은 곳에서 떨어지면 아저씨가 느낀 타격이 크지 않을 것 같고,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유원이가 죽을 수도 있어서 스토리 개연성을 위해 설정한 높이다. 패러글라이딩한 산꼭대기는, 정말 완전히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느끼려면 그 정도는 올라가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낮은 곳보다 높은 곳에서 뛸 때 용기가 더 필요하고 한걸음 더 내딛을 때 용기가 필요해서 그렇다. 제가 실제로 패러글라이딩을 해봤다. 정말 높이 올라간다. 떨어지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해야 좀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이륙을 위해서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니까 설정한 높이다.
김: 작가님의 전작 <정교>에서는 누나, 조부모, 부모의 부재가 보였다. 혹시 이런 공통점을 통해 작가님이 조명하시고자 하는 바가 있는지?
백: 제가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전 작품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관성이 최대한 없었으면 한다. 기획물이 아닌 이상. 제 작품을 보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통점을 생각해본적은 없다.
김: <유원>에서 소설이 끝나고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
백: 평범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원과 수현이 서로 의지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원이가 화를 조금 더 잘 분출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남들 하는거 똑같이 하고 대학생일 때는 대학생 공부하고 취업준비하고 그러면서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방송에 나오지 않고, 다시 회자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김: 책 속에서 독자들과 나누고싶은 문장이 있는지?
백: 사실 유원이의 언니에 대해서 질문하는 사람들은 언니를 오래 겪은 사람들이지만 언니를 사실적으로 증언하고 묘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간 미화된다. 언니가 좋은사람인건 분명하지만 완벽한 사람일 순 없는데. 그런걸 많이 배제하고 자기가 말하고싶은대로 말하는 게 있다. 그래서 그게 유원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원이는 여섯 살 때 언니가 죽어서 언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파편적인 기억밖에 없지만 언니의 더 진실된 모습을 기억하는 게 유원이다. 그리고 나를 구해준 아저씨를 왜 싫어할까, 나는 과격한 인간이다 라고 생각하는 유원이의 모습이 있다. 사실 전혀 과격하지 않는데.
이 세계에서 나만 언니의 사나운 면을 알고 있는 걸까.
내 안에 숨겨진 포악함과 과격함은 언니에게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때는 선명하게, 어느 때는 상상처럼, 혹은 꿈처럼.
언니가 손바닥에,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던 기억들과 뒤섞여서 말이다.
김: 네, 낭독 들었습니다. 그런 유원이가 기억하는 언니의 모습을 표현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진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이 왔는데요. 작가님께는 숨겨져 있던 깜짝 코너가 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우시죠. 오실 때마다 이 코너에서 굉장히 깜짝 놀라시는데, 유원 플렉스 코너가 있습니다. 내 책을 마음 놓고 자랑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굉장히 부담스럽고 쑥스럽고 그런데 합법적으로 마음껏 자랑하는 시간 드리겠습니다.
백: 어... 생각보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건 잘 읽힌다는 얘기 아닐까요? 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해하기 쉽게 썼기 때문에 글을 읽을 수 있는 분들이라면, 6~7세부터 120세까지 읽어도 무리가 없다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꽤 재밌을수도 있다? 라고 말씀을..(웃음)..
김: 꽤 재밌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재밌다(웃음)
백: 자신감이 좀 부족했네요
김: 이제는 진짜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준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참여해주시고 있다는 거에 감사하고, 저한테 과분한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건 알고 있고 뭔가 책 한 권 있다고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게 대접받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기억할 수 있거든요. 어디가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어도 한번 대접받은 감각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감각들을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한 것 같아요. 올림픽을 보지 않으시고 시간을 내주신 분들... 스포츠를 안좋아하시는 건가요? 잘 모르겠지만 그것도 너무 감사해요. 이 시간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재밌는 것도 있는데 이 시간을 저한테 내주셨다는것? 감사합니다. 앞으로 재밌는 책을 읽으실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 하겠습니다. 제가 갚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김: <유원>에 대한 애정으로 따뜻하고 감사한 자리였습니다.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성북구 한 책 후보도서 두번째 시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이 줌으로 열립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BIT.LY/2021후보도서데이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온라인 ZOOM 토론은 8월3일(화) 저녁 8시, 그리고 8월5일(목) 오전 10시에 진행됩니다.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김겨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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