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메타버스> 리뷰
김상균 작가의 <메타버스>가 경제경영도서로 분류된 이유는, 메타버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관련 주식들도 많고, 기업들도 이미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앞으로 큰 돈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는 이유도, 바로 미래에 더 큰 돈을 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굳이 사업을 하거나 기업경영인이 아니더라도 메타버스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취직을 대기업, 공기업이 아닌 메타버스 세계로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식에 관심이 없어도 꼭 알아야 할 개념이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부모님이나 배우자에게 게임의 정당성을 설득하기에도 좋은 주제다.
가상세계 메타버스
작가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개념인 '메타버스'를 초등학생도 알 정도로 쉽게 설명해준다. 요약하자면 메타버스는 크게 4가지다.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그리고 가상세계다. 증강현실의 좋은 예는 포켓몬고다. 현실에 카메라를 대면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라이프로깅의 대표적 예는 인스타그램이다. 가상현실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또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거울세계는 배달어플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 있는 식당들이 고스란히 거울처럼 복사되어 배달어플 안에 들어가있다. 마지막으로 가상세계는 온라인 게임 그 자체다. 게임 속에서 내 캐릭터가 활동하며 퀘스트를 깨고 성취감을 얻거나 다른 캐릭터와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 바로 가상세계다. 예전에는 게임을 부끄러운 취미로 여겼고 지금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지만, 메타버스의 열쇠가 바로 온라인 게임 안에 있다.
게임세상에서 게임머니를 벌기 위해서는 보통 노가다를 뛰거나 현질을 한다.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몬스터를 잡는 행위를 통해 돈을 조금씩(코딱지만큼) 모으거나, 아니면 현실세계의 돈으로 게임머니를 사는 것을 말한다. 그 외에도 약초를 캐고, 물약을 제조하고, 장비를 제작하는 등 셀 수 없이 많이 돈 벌 방법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이미 게임하는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했던 그 모든 행위들이 바로 메타버스의 시작이다. 게임에서 미션수행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장사를 해서 돈을 번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메타버스가 이제야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현실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로블록스 주가가 치솟고,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메타버스 세상에 자신의 신제품을 홍보하고자 애쓴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회사업무를 처리하고 친구와 만나서 놀기도 하듯이, 가까운 미래에는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콘서트도 가고 미술작품도 관람하게 될지 모른다.
가장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가 다른 3개의 메타버스보다 늦게 주목받은 이유는,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인 포켓몬고는 내가 두발로 걸어다녀야 하고, 라이프로깅은 현실세계를 카메라로 찍어서 업로드하고, 거울세계는 구매행위만 가상에서 할 뿐 진행은 현실에서 된다. 그러나 가상세계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가상세계 안에서 해결이 되므로 언뜻 현실과 멀어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메타버스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실세계가 막히면서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헤븐서버
김상균 작가는 '기억거래소'라는 장편소설을 통해 메타버스의 무서움을 현실로 보여준다. 역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미래를 가장 피부에 와닿게 느끼는 방법은 드라마나 소설 같은 콘텐츠를 통해서다. 소설 '기억거래소'에서, 죽은 사람들은 자신의 뇌를 '헤븐서버'에 연결하고 그 안에서 영생한다. 결국 위대한 신의 통제 하에 존재할 거라고 믿었던 천국마저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질거라는 암시에 섬뜩해진다. '천국'이 더 이상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기술력을 발전시키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하나의 '서버'에 불과하다는 설정이 무섭게 느껴진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거라는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헤븐서버보다 더 무서운 것은 헬서버, 즉 지옥이다. 자세한 것은 기억거래소를 읽어봐야 알겠지만 지옥이 실제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지옥 역시 신이 아닌 인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다. 자신의 뇌를 불멸의 서버에 연결한 죽은 자들은, 서버관리자에 의해 자신의 정신이 헬서버에 갇히게 되면 관리자가 풀어줄 때까지 영원히 고통받게 된다. 결국 천국도 지옥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후세계라는 게 정말 있을까 한번쯤 의심해봤던 사람이라면 충격받을 것 같다. 그야말로 종교와 과학이 만나는 순간이다. 게다가 천국과 지옥조차 기술로 제작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우주도 하나의 '서버'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 <지대넓얕> 0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주는 하나가 아니며, 보글보글 끓는 거품처럼 수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버도 용량만 받쳐준다면 무한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천국과 지옥도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며 기뻐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하나의 서버였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자각몽
자각몽(루시드드림)도 일종의 '서버' 차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꿈 꾸는 사람이 자각몽을 꿀 때 꿈 속에서 '이건 꿈이야'라고 말하면 모든 등장인물이 무섭게 자신을 쳐다본다는 말이 있다. 꿈 속 사람들에게는 그곳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도대체 내 꿈 속 사람들이 어떻게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하나의 '서버'라고 생각하면 가능한 이야기다. 자각몽을 통해 우리의 정신이 다른 서버로 잠깐 연결된 거라고 가정하면 말이 된다. 그 서버에서는 그들이 실제 사람이고 자각몽을 꾸는 사람이 유령인 것이다. 아니면, 자각몽을 꾸는 동안 그 사람의 머릿 속에 하나의 서버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버의 주인인 꿈 꾸는 자는 꿈 속에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꿈 속 사람들은 그 세계가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굳이 자각몽이 아니더라도, 가끔 같은 꿈을 꾸는 경우도 비슷하다. 꿈을 통해 특정 서버에 접속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허황된 이야기지만, 앞으로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 무의식과 꿈의 영역도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을까.
메타버스는 경영혁신
전반적으로 다 흥미롭지만 특히 가장 재밌는 건, 바로 저자가 국내 대기업 오너들에게 과감하게 제시하는 기업 혁신 방법이다. 그건 직접 책을 읽어야 자세히 알 수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비록 난 기업을 경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기업의 모든 상품도 소비자가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메타버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국내외 기업에서는 메타버스를 경영에 도입하여 수익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아 주가도 쭉쭉 올리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지 않더라도 특정 기업의 주주라면 간접적으로 그 기업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인으로서 그리고 개인투자자로서도, 메타버스에 대해 간결하고 쉽고 명확하게 알고 싶다면 김상균의 <메타버스>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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