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리뷰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유튜버 김겨울 님이 추천해서 읽은 책이다. 제목에 죽음이 들어가다보니 무거운 주제 같지만 사실 에세이와 인문학의 경계에 있는 나름 가벼운(!) 책이다. 생각보다는 읽기 어렵지 않다. 김영민 작가가 20년 전 신문에 쓴 칼럼도 들어가 있다. 신문칼럼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 맨 뒤에는 작가와의 북토크를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인터뷰도 들어가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가보다. 나도 추석 시리즈를 제일 빵 터지면서 읽었는데, 이 명절 시리즈 때문에 김영민 작가의 이전 칼럼까지 찾아보는 독자가 생겼을 정도라고 한다. 책은 이렇게 재밌는 칼럼을 앞에 배치하고 진지한 내용은 뒤에 배치해서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수법을 쓴다. 작가의 본업이 따로 있는데, 이걸 얘기하면 편견이 생길수도 있지만 작가는 사실 대학교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 든다. 혹은 김영민 교수가 수업 중 딴소리했던 걸 모아놓은 모음집 같기도 하다. 교수님 재밌는 얘기 해주세요 하면 왠지 이런 얘기를 해줄 것 같다.
책 제목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뜻은, 말 그대로 죽음을 생각하라는 얘기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 가서 조용히 죽음에 대해 고찰을 했던 시간이 살면서 힘들 때 이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작가는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오히려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고 한다. 사실 유언이나 사후세계 등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죽음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내가 죽어도 가족들은 남아서 삶을 이어간다. 작가는 자신의 영화평론 데뷔작을 소개하며 인생에 대해 말한다. 즐겁고 힘든 일들을 겪으며 나이 들고 죽음을 향해 가는 주인공이지만, 주인공과 그 자식 손주들은 대대로 이어지며 주인공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삶을 이어간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사는 게 순리다 이런 느낌이다. 영화에서 어떤 인물은 깨어있는 지식인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너무 날카롭게 되돌아본 나머지 허무함을 느끼고 자살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우리 모두 끝을 알고 있지만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한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죽음이 있기에 삶에 의미를 찾는다.
책 제목에 겁먹고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생각보다는 가벼운 책이다. 작가는 시니컬하게 세상을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염세주의자인 건 또 아니다. 이 책의 작가는 지적인 교양인의 자세를 갖추고 있다. 나는 무지렁이였구나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에세이로 분류할까 고민하다가 인문학으로 분류했다. 교보문고에도 철학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진지한 에세이와 털털한 인문학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책이다. 작가는 그냥 털털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데, 작가가 너무 교양있는 지식인이다보니 분위기가 좀 진지해진 그런 느낌이다. 직접 만나보진 않았지만 김영민 작가의 인상은 굉장히 선한 편이다.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과도 뭔가 비슷한 느낌의 에세이다. 대한민국 지식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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