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리뷰
책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는 제로베이스에서 제주도에 정착한 30대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지은 작가는, 돈 잘 버는 본업 방송작가를 과감히 버리고 스타벅스 알바 하나로 제주도에 정착할 생각을 한 엄청난 모험심을 가진 사람이다. 제주도 여행을 수차례 반복하며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인 '아, 제주 살고 싶다'라는 로망을 몸소 실현해준 김지은 작가 덕분에 대리만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제주도도 아니고 무려 보라카이에 살고싶다고 강력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돈 문제만 없다면 한달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코로나 터지기 몇달 전 여름휴가로 며칠 다녀왔는데, 비록 같이 갔던 친구와는 크게 다투고 절교했지만(여행과 무관하게 그전부터 쌓인 갈등이 폭발한 것 같다) 보라카이 여행 자체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보라카이의 바다는 천국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마스크를 벗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면 꼭 다시 가고싶은 여행지다. 김지은 작가에게는 제주도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김지은 작가는 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서울에 살 때도 수없이 한강을 갔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도 주말마다 바다 산책을 했다는 게 제일 부러운 점이다. 얼음이 딸그락 거리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바다 냄새를 맡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넓은 해변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 된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제주에 살고싶은 사람들의 로망도 정확히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가 마냥 제주살이의 좋은 점만 늘어놓는 건 아니다. 작가는 아예 제주도에 집을 짓고 싶다면서, 집을 튼튼하게 짓기 위한 조건까지 알려준다. 이런 자세하고 현실적인 설명은, 집을 지을 때만이 아니라 집을 구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는 제주도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느껴보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말 당장 제주도 가서 살고싶은 사람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책이다. 난 당장은 직장 때문에 서울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라 그런 부분은 대충 뛰어넘고 읽었다. 작가는 제주도 방언까지 열심히 배워가며 아주 적극적으로 제주도민화된다.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제주도가 외국도 아니고 같은 한국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해놓고서, 막상 정착하는 자세는 외국 이민가는 것처럼 치열하게 한다. 작가는 제주도 인재개발원에서 제주도 이주 정책교육까지 들어가며 알차게 시간을 보낸다. 커피 마시면서 한가롭게 바다 산책만 한 게 아니다. 엄청 열심히 산다. 게다가 친구 부탁으로 유기견 한 마리까지 케어한다. 개를 데리고 하는 바다 산책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다.
작가는 지금 누리는 행복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작가가 제주도에 약간 충동적으로 내려온 이유는 사실, 방송작가 일에 치여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몸이 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는 제주에 와서 제대로 힐링하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 이제는 본업을 살려 제주에서도 방송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김지은 작가는 스타벅스 알바가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으면 해당 체인점의 매니저 자리까지 올라갔을 사람이다. (매니저가 최고직급 맞나?) 사실 작가는 서울에서 높은 연봉을 받다가 제주에 내려오며 낮은 연봉을 받는 현실의 막막함을 잘 알고 있다. 주변사람은 후회하지 않겠냐며 걱정이지만, 내가 보기에 작가는 항상 자기 선택에 최선을 다해서 책임지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다. 아마 반려동물도 딱 부러지게 책임질 것 같다. 제주도 할머니들조차 작가에게 요망진(야무지고 싹싹한) 청년이라고 부른다. 아마 아프리카 오지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먹고살 것 같다. 그렇다고 작가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제주살이가 가능했지만 평범한 사람은 안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정말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걱정들을 책 맨 앞에서부터 얘기해준다. 책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에서 마치 내가 제주도로 이민가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작가의 제주라이프가 궁금하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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