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리뷰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기품 있는 여성, 장명숙의 에세이다. '밀라논나'는 이름이 아니라 장명숙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자, '밀라노에 왔다갔다하는 할머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명숙이라는 이름보다 밀라논나가 더 이름처럼 쓰이고 있다. 장명숙 작가는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엄청 멋있는 사람이지만, 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어려운 이들의 삶을 보듬어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겐 봉사와 기부를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힘이 되는 위로를 건넨다. 그러나 장명숙 작가는 자신의 조언과 충고가 자칫 꼰대 같은 소리가 되게 하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하고 노력한다. 장명숙 작가의 그런 절제미가 그를 더 우아하고 기품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장명숙 작가, 밀라논나는 에세이에서도 결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단순한 언어를 통해 마음을 깊게 울린다. 삶에 지쳐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편안히 기댈 수 있는 듬직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장명숙 작가는 유튜브를 통해 하고 있다. 유튜브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 하나하나가 다른 이를 돕기 위한 발걸음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에서 장명숙 작가는, 자신이 남을 돕는 동기가 이기적이라고 고백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야 자기 자신은 물론 자손들에게도 복이 찾아온다는 인생의 진리를 알기에, 그렇게 아름답게 살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진리를 아는 것과 직접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적게 먹고 운동하면 살 빠진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막상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 대단해보이는 것과 같다. 한편으로는 공감도 갔다. 나도 남을 돕고 살면 복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다. 미신이 아니라 진짜 과학적으로 이 세상은 그렇게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간다. 그런데도 아주 소액(!)를 기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남을 돕는 일이 없다. 그래도 기부를 하는 게 대단한건데도 왠지 이것밖에 기부를 못하다니, 그리고 봉사도 전혀 안하고 산다니 하면서 괜히 죄책감이 든다. 그러다가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고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열심히 봉사 다니고 남을 돕고 사는 장명숙 작가조차 나와 비슷한 마음이구나 싶었다. 장명숙 작가는 수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데도, 입양을 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며 자신은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으면 장명숙 작가의 유튜브 채널이 왜 인기를 끄는 지 알 것 같다. 가식없이 편안하게 보여주는 밀라논나의 인생 그 자체가 등불이 되고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는 미니멀리스트다. 명품을 사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 사서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오래오래 아껴쓰고 고쳐쓰자는 그 마음가짐이 너무 좋아서 절로 본받고 싶어진다. 지금도 장명숙 작가는 자신이 아끼는 애장품을 주변 지인들에게 끊임없이 무료나눔한다고 한다. 죽고 나서 주면 유품이지만 살아생전에 주면 선물이 되기 떄문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밀라논나 채널이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은 더 갈 것 같긴 하지만, 장명숙 작가는 담담하게 죽음 이후를 준비한다. 장명숙 작가는 스스로를 할머니라고 칭하지만, 나보다 훨씬 열정 넘치고 활기차서 전혀 노인같지가 않다. 이렇게 멋있는 노년기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선구자가 바로 장명숙 작가다. 많은 사람들이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고 장명숙 작가에 대해 알게 되면 그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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