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알칼릴리 <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리뷰
책 <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읽었다. 솔직히 비전공자 입장에서 초반부는 이해가 됐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후반부는 과학 전공 교수님의 한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하소연 외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해석할수조차 없었다. 무슨 힉스보손이 어쩌구 계속 그러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개념인지 구글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너무 이기적인 교수님이다. 힉스보손에 강한 질투심과 응어리를 갖고 계신 것 같다. 근데 난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하소연에 공감도 반박도 할 수 없었다. 하도 많이 그 얘기를 반복해서, '힉스보손'이라는 단어만 머릿 속에 자리잡았고 나머지 내용은 모두 날아갔다. 마치 주인공 이름만 겨우 기억나는 소설책을 읽은 기분이다.
그래도 책 초반부는 조금 이해가 됐다. 워낙 유명한 개념이기도 하고 쉽게 비유를 잘했기도 하다. 우주를 식빵에 비유한 내용이 인상깊었다. 우리의 차원을 한 단계 없애고 '시간'을 한 축으로 두었을 때, 시간축을 따라 모든 장면이 식빵 슬라이스처럼 정지화면으로 쭉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바깥에서 보면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절대자가 자동으로 연상되는 부분이었다. 독실한 기독교는 아니지만, 아직 난 기린이(?)지만 하느님이 어째서(참고로 표준어는 '하느님'이다) 모든 인간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우주를 시간축에 따라 펼쳐놓은 전체 몸통을 신은 내려다볼 수가 있는 것이다. 참 재밌는 개념이다.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가 역주행했는데, 그 개념도 이 책에서 설명해준다. 블랙홀 너머로 빨려들어가는 지점과 안빨려들어가는 지점을 나누는 경계선이 바로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또한 사건의 지평선 위에,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모든 물체의 정보가 암호화되어 새겨져있다고 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책 <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는, 우리 인간은 아직도 우주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우주의 90%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로 채워져 있는데 아직 우리는 이게 뭔지 전혀 모른다고 한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무런 정보도 밝혀낼 수 없기 때문에 이름을 그냥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 만약 이것들의 일부라도 과학적으로 규명된다면 얼마나 많은 새로운 발견들이 이 세상을 뒤흔들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과학책을 읽을수록, 과학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내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과학자들도 마찬가지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많은 걸 밝혀낼수록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빙산의 아랫부분이 얼마나 거대한지만 깨달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타가 온 책 <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의 저자는 책 후반부에 길게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아무리 연구해봤자 다 부질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인간이 언젠가는 과학으로 이 세상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한 착각 때문일수도 있다. 인간은 영원히 우주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종교를 갖는 편이 마음은 더 편할 것이다. 그래서 종교를 믿는 과학자들이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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