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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하지은 《 얼음나무 숲 》 리뷰

by 티라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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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은 작가의 《얼음나무 숲》을 읽었다. 《얼음나무 숲》은 음악의 도시 '에단'을 가상의 배경으로 한다. 하지은 작가의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몇 권 읽다보니 공통점이 있다. 중세시대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인 판타지 소설이면서도, 인간의 어두운 면을 깊게 다루고 있다. 《얼음나무 숲》에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과 그의 친구이자 피아니스트 '고요'가 주인공이다. 고요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바옐과의 차이점은 바로 고통스러운 유년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처절한 고통은 우리에게서 '순수'를 앗아간다고 작가는 《얼음나무 숲》을 통해 말한다. 그러나 그런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바옐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바옐이 자신의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키자 엄청난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고요는 그러한 고통을 겪지 못해서 순수한 음악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고요는 바옐의 고통을 알지 못해서 그저 그를 압도적인 재능충이라고만 생각한다. 

 

《얼음나무 숲》의 주인공은 바옐이지만 화자는 고요다. 그래서 바옐의 속마음은 소설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알 수 없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처음에 나왔던 장면이 이해가 된다. 에단에서 가장 유명한 연주회장인 '카논 홀'에서 바옐은 전설적인 바이올린 '여명'으로 기괴한 연주를 하는데 그것이 그의 마지막 공연이다. 왜 마지막인지, 왜 기괴한 연주를 하는지는 소설을 다 읽어야만 알 수 있다. 《얼음나무 숲》은 고요와 바옐이라는 두 남자가 음악을 사랑하며 겪는 치열한 인생 이야기다. 《얼음나무 숲》이 대단한 건, 문장들밖에 없는데도 음악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귀로 들어야 느껴지는 음악이 눈으로 읽을 때도 느껴지게 한다는 점에서 《얼음나무 숲》은 참 신선한 작품이다. 

 

고요, 바옐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트리스탄'이다. 트리스탄은 '키세'라는 여자를 사랑하고, 바옐은 '레안느'라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고요는 절친 바옐만 사랑한다. 음악적 동료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고요는 바옐을 아끼고 소중히 한다. 《얼음나무 숲》이 끝날 때까지 고요에게는 바옐밖에 없다. 심지어 바옐은 제자까지 두지만 고요는 정말 바옐만 바라본다. 바옐에 대한 고요의 감정은 이성적인 사랑은 아니고 한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과 애정이다. 어쩌면 고요가 사랑한 건 음악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고요가 바옐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았을테니 말이다. 

 

출판사: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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