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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하지은 < 언제나 밤인 세계> 리뷰

by 티라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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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은 < 언제나 밤인 세계>를 읽었다. <언제나 밤인 세계> 는 천사가 아닌 악마들의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기묘하고 아름답다. 내용이 좀 잔인해서 청소년 미만은 읽지 않기를 권한다. <언제나 밤인 세계>의 주인공은 '아길라'와 '에녹' 남매다. 아이를 갖고 싶었던 어느 남작부인은 악마와 계약해서 소원을 이루지만 그 댓가를 치르지 않으려 하다가 더 큰 댓가를 치르고 만다. 쌍둥이 중 한명을 악마에게 바쳐야 했지만 둘다 자식이었기에 남작부인은 차마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사실 우연이라고 할 정도로 희박한 확률이기 때문에 남작부인은 그게 악마의 힘 덕분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에이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버린다. 그래서 윌스턴 가문에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남작부부도 크게 다치고, 의사로서 방문했던 쉐이든 박사도 사고를 당하고, 에녹마저 어둠 속에 갇혀버린다.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은 윌스턴 가문의 집사 '루퍼슨'이 꾸민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존재치고는 <언제나 밤인 세계>에서 비중이 크지 않긴 하지만 아무튼 이 모든 일의 배후는 루퍼슨이다. 루퍼슨은 악마들의 왕 '밤의 숙녀'에게 인간 자식을 한명 바쳐서 큰 공을 세우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계획한다. 악마들은 자식 생산을 할 수 없기에 인간들을 밤의 세계로 데려와 자식 삼아야 한다고 한다. 그럼 천사들도 마찬가지인가? 왜 그들은 스스로 생산이 안될까? 하지은 작가가 천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 권 써주면 좋겠다. 그러나 또 다른 악마 '모리세이'에 의해 루퍼슨의 계획은 완전히 무너진다. 루퍼슨보다 모리세이가 상급악마라는 설정이다. 이건 인간계나 악마계나 마찬가진가보다. 힘 센 사람이 다 이겨~

 

<언제나 밤인 세계> 후반부 주인공급 비중을 차지하는 '모리세이'는 악마답지 않게 '에녹'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게 되고 결국 타락 악마가 되어 어머니 '밤의 숙녀'를 배신하고 악마계에서 에녹을 구해준다. 에녹은 언젠가 천국에 갈 거라는 확신이 들게 할 정도로 착해빠진 아이다. 태어날 때부터 책이 끝날 때까지 항상 누나 '아길라'를 생각하고 위한다. 아길라는 원래 착한 아이였는데, 자신이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는 말을 듣고부터 비행청소년처럼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면 아길라도 참 불쌍하다. 그래도 아길라가 저지른 범죄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 이 세상 사람들은 원래 다 각자의 불행을 안고 불쌍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그게 범죄의 핑계는 절대 될 수 없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만약 남작부인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길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다니지 않고, 입을 자물쇠처럼 꾹 다물고 있었다면 <언제나 밤인 세계>의 결말이 달라졌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사 루퍼슨이 모든 일을 꾸몄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의 의도대로 윌스턴 가문은 처참히 망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밤인 세계>에서 진정한 악마는 아길라도, 모리세이도 아니고 바로 루퍼슨이다. 한 가정을 파탄나게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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