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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리뷰

by 티라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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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연을 쫓는 아이》를 읽었다. 읽다보니 옛날에 한번 읽었던 것 같았는데 하도 오래돼서 90% 이상 기억이 안나서 다시 재밌게 읽었다. 《연을 쫓는 아이》라는 제목은 투박하지만 영어 제목인 '더 카이트 러너'는 왠지 간지나고 멋있다. 그래서 다르게 번역해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연 날리는 소년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릴 정도로 묵직하게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다룬다. 그래서 소설이 아니라 역사책이 될 뻔했다는 번역가의 후기도 있다. 그만큼 《연을 쫓는 아이》는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자전적 이야기를 깊게 다룬다. 

 

《연을 쫓는 아이》의 주인공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하얀 저택에 살고, 거기에 딸려 있는 작은 오두막에는 하인들이 산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의 하인 '알리'가 아들 '하산'을 데리고 둘이서 그 오두막에 살며 바바와 아미르 가족을 돌본다. 아미르의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하산도 어머니가 없다. 그래서 이 네 사람의 남자들은 남자끼리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 바바는 네 사람을 먹여살리는 가장이고, 알리와 하산은 집안을 살뜰하게 꾸려나가는 가정주부고, 아미르는 철없이 자라는 자녀다. 바바는 완전 상남자 스타일이다. 덩치 크고 힘 세고 남자로서의 명예와 의리를 목숨보다 중요시한다. 목소리도 크고 사업도 크게 벌리고 자선사업까지 통 크게 벌이는 남자다. 파티도 거대하게 열고 주변 사람들도 시원시원하게 도와줘서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남자다. 아들 '아미르'가 느끼는 아버지 '바바'는 그런 존재다. 그래서 아미르는 바바에게 안겨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바바의 두 허벅지가 두개의 나무토막 같다고 느낀다. 엄하고 무섭고 딱딱하지만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아버지, 그게 바바였다. 그러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어른이 되어가며 아미르는 점차 바바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도 그저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럴 때 눈물이 난다. 이렇게 작고 연약한 사람이 자식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강한 척 세상의 거친 파도에 맞서고 있었구나 하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하인이지만, 바바는 알리의 아들 하산의 생일을 꼭 챙겨주며 아들과 똑같이 사랑해준다. 그래서 진짜 아들 아미르는 늘 하산에게 질투를 느끼고 자기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해서 은근슬쩍 하산을 괴롭히고 놀린다. 그러다 사건이 터지고, 아미르와 하산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만다. 내가 예전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너무 어릴 때였나보다.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잘 이해가 된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보니 아미르가 이상한 게 아니라 하산이 이상한 거였다. 어린 아이라고는 말도 안될 만큼의 인내심과 충성심, 용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어린 아이가 보일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보인 것이었다. 마치 데미안을 다시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어린 애들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학교폭력은 서양에서도 굉장히 잔인하다. 《연을 쫓는 아이》는 그런 폭력이 남기고 간 상처가 얼마나 오랫동안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괴롭히는지 보여준다. 물론 그게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아니다. 상처를 통해 아파하고 성장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 번째 작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여자들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두 권 다 읽고나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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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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