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2부작 중 두번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자들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다. 1권 <연을 쫓는 아이>에서는 그래도 주인공이 행복하다가 불행하다가 하는데, 2권에서는 주인공이 너무 내내 불행하기만 하다가 죽는다. 그 불행이 너무 강도깊고 기간도 길어서 읽는동안 좀 숨막히고 괴로웠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주인공은 '마리암'이다. 마리암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불쌍한 존재다. 마리암의 아버지는 부자고, 어머니는 그집 가정부였다. 마리암은 뱃속에서부터 이미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고, 부잣집에서 함께 살지 못하고 외딴 숲속 오두막에서 어머니와 둘이 청소년이 될 때까지 산다. 마리암의 첫번째 불행은 이것이었다. 10대가 된 마리암은 혼자 힘으로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당하고 충격을 받는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집에 돌아가보니 어머니가 처지를 비관하여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딸이 자신을 떠나 아비를 찾아갔다는 것을 버림받았다고 느낀 것이다. 이것이 마리암의 두번째 불행이다. 그후 오갈 데가 없어진 마리암은 아버지 집에서 지내지만 아버지의 아내들이 매우 싫어한다. 당연한 일이다. 마리암은 가정부의 아이였으니까. 그집 아내들에 의해 마리암은 반강제로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 알고보니 그는 재혼이었고 아이도 있었으나 상실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이만 많은게 아니라 매우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마리암은 암담한 결혼생활을 한다. 그게 마리암의 세번째 불행이다. 게다가 마리암은 유산을 반복하고 끝내 아이를 갖지 못한다. 그게 네번째 불행이다.
그후 어떤 아름다운 소녀 '라일라(사실상 이 소설의 두번째 주인공이다)'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에 휘말려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는데, 마리암의 남편이 그 소녀에게 반해 청혼을 한다. 그래서 마리암은 늙고 아이도 못낳는 쓸모없는 아내 취급을 받는다. 그게 마리암의 다섯번째 불행이다. 마리암의 불행은 정말 끝나지를 않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 마리암은 정말 죽을 때까지 비참하게 산다. 한번도 온전하게 행복해지지 못한다. 어떻게 이럴수가? 정말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은 이따위로 살았단 말인가? 그나마 아주 조금 행복해진 게, 남편의 두번째 아내와 사이좋게 지내면서 그녀의 아이를 함께 양육한 일이라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은 그녀와 그 아이를 피신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끝난다. 마리암의 인생은 정말 기구하다. 불행 서사가 너무 심하다. 마리암은 끝내 행복해지지 못했다. 마리암의 일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행복했던 때는 어린시절 아버지 '잘릴'이 일주일에 한번씩 자신을 보러오던 그 오두막 생활이었다. 마리암 같은 인생을 살았을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자들이 참 안타깝다.
그나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두번째 주인공 '라일라'는 마리암보다 좀 더 행복하게 산다.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다행히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남자 '타리크'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소박한 행복을 누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다보면 다시금 깨닫는다.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라일라도 평범하게 살던 순수한 소녀였는데 전쟁통에 친구를 잃고 부모를 잃고 연인을 잃는다. 인생의 황금기마저 이상한 아저씨와 결혼하며 강탈당한다. 라일라의 연인이자 남편이 된 타리크도, 전쟁으로 다리를 잃고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여자마저 잃는다. 다행히 소설적 허용인건지 작가는 이 둘을 다시 이어준다. 안 그랬으면 진짜 화날 뻔했다. 라일라와 타리크도 수많은 불행을 겪기 때문이다. 마리암처럼 되었으면 진짜 항의할 뻔했다. 그래도 라일라, 타리크, 아지자, 잘메이 네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출판사: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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