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이제야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살벌한 추리소설로 유명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더 유명해진 것 같다. 살인과 음모가 판을 치는 세상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남아있는 따스한 세상이 더 마음을 울리기 마련이다.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구조의 소설을 기가 막히게 써내는 작가의 능력과 '따스함'이라는 소재가 만나자 빛을 발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소설이다. 흔히 사용되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참신하게 사용해서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그의 소설은 처음부터 확 몰입되게 만들면서도 구체적으로 인물과 배경을 그려나간다. 게다가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마지막에 결말도 확실하게 매듭지어서 독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준다. 처음부터 중간을 거쳐 끝까지 작은 실오라기 하나없이 짱짱하게 마감처리된 명품 코트 같은 소설을 매번 쓰는 사람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어떤 마음 따뜻한 할아버지가 동네 사람들 고민상담을 해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이 뒤틀리면서 어느 9월 13일에 무려 30년의 시간이 뒤바뀐다. 그러면서 너무 웃긴 게, 인생 막 살던 10대 소년 세 명이 얼떨결에 할아버지 대신 하룻밤동안 고민상담을 한다. 그냥 고민상담하는 할아버지 얘기만 나왔다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지금처럼 대박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불량소년들이 아무렇게나 휘갈긴 고민상담이 뜻밖에 진짜 힐링이 되면서 이야기는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할아버지는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상담하는 반면, 소년들은 친구와 이야기하듯이 스스럼없이 아무 말이나 뱉어내지만, 기묘하게도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키는지 알려주는 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오랜만에 소설 참 맛있게 잘 읽었다. 역시 유명한 책은 배신하지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꽤 두꺼운 책이지만 너무 재밌고 결말도 깔끔해서 개운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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