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다 미쓰요의 책 '종이달'을 읽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종이달을 접했는데, 소설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책도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책부터 끝까지 다 읽고 쓰는 리뷰다. 드라마는 뭔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서, 끝까지 다 보기 힘들다. 근데 책은 영상매체가 아니라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단 몇 시간이면 금방 다 읽으니까 끝까지 보기가 비교적 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약간 열린 결말이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과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소설 '종이달'은 배드엔딩이자 열린 결말이다. 돈을 훔친 주인공은 결국 꼬리를 잡히고, 기분도 영 좋지 않다. 한탕 했으면 신나게 돈을 썼다는 기쁨이라도 있어야되는데 그것마저 없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한다.
드라마 < 종이달>을 보다가
드라마 종이달을 보는 중이다. 주인공 유이화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서형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주인공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명대사까지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연기력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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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우메자와 리카'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다. 리카의 남편은 사회적으로는 돈과 명예와 품위를 두루 갖춘 완벽남이지만, 집에서는 섹시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그냥 돈 버는 기계 그 자체다. 그래서인지 남편도 리카를 '집안을 돌보는 가정부'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전혀 아니다. 애초에 어떻게 결혼했는지조차 의문이다. 일본에는 이런 부부가 많은지, 리카는 당연스럽게 어린 남성과 불륜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될 일이고, 나중에라도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깨끗하게 이혼을 하고 새 삶을 시작했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못하고 애매하게 양다리를 걸치니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리카는 결국 남편과의 안정적인 삶도 잃고, 어린 소년과의 달콤한 생활도 산산조각났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가 되어 쫓기며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진다.
소설 '종이달'에서는 리카 주변 인물들을 통해 여러 가지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남편을 버리고 연하남과 사랑에 빠져 횡령까지 저지르는 리카, 돈 타령하는 아내에 질려 불륜을 저지르지만 결국 여자는 모두 똑같다는 걸 깨닫고 절망하는 '야마다 가즈키', 가족 모두에게 절약을 강요하다가 부부싸움이 나는 '오카자키 유코', 이혼 후 돈으로 딸의 사랑을 사려다가 어리석음을 깨닫는 '주조 아키'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인물들은 모두 "돈" 때문에 불행해진다. 주머니 사정에 맞게 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 자신의 경제사정보다 더 무리하게 돈을 쓰다가 인생이 망가져버린다.
'월천'이라는 단어가 한때 유행했다. 한달에 천만원씩 버는 삶을 모두들 꿈꿨기 때문이다. 근데 한달에 천만원을 벌어도 천오백만원을 써버리면 결국 마이너스다. 버는 돈보다 적게 쓰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기 어려운 게 현대사회다. 수많은 광고와 친구들과의 비교를 이겨내야 한다. 광고는 차단하면 그만이지만, 친구를 차단하기는 어렵다. 돈이 뭔지, 인간관계가 뭔지 참 우리를 항상 힘들게 한다. 가쿠다 미쓰요 작가는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인간관계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지출하면 결국 돈도 사람도 자기 자신까지도 모두 잃어버리고 말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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