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리뷰
톨스토이의 명작 < 안나 카레니나> 세 권을 다 읽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인 '안나 카레니나'라는 사람은 매력적인 러시아 귀족 여성이자 불륜녀다. '안나'는 엠비티아이가 잇티제일 것만 같은 딱딱하고 기계적인 남자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살지만, 안정적이고 단조로운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브론스키'라는 군인과 바람을 피운다. 그러니까 애초에 안나 같은 여자는 결혼하면 안 된다.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살아야 행복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안나는 한 곳에 정착해 같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안정된 삶을 이룩해나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물론 반복되는 일상에서 짜릿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안나의 문제는,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안나는 바람 피우기 전에도 이미 돈과 권력과 아름다운 외모와 착실한 가정을 가지고 있었고, 부유한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에게 항상 둘러싸여서 친밀하게 지내왔다. 게다가 안나가 그런 환경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다 주어져 있었다. 어쩌면 노력없이 얻었기에 감사함을 몰랐을 수도 있다. 안나는 조건 맞춰 결혼한 현재 남편을 떠나,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브론스키'에게 간다. 사람이라면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어리석은 선택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가정을 버리고 위험한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인간이기에...
그런데 안나는 비겁하게도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안나의 비극이 시작된다. 안나는 첫번째 가정에서 낳은 아들 '세료자'를 포기하지 못한다. 안나는 브론스키와 이룬 두번째 가정에서 딸까지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딸은 유모에게 맡겨버리고 아들만 그리워하며 산다. 브론스키 몰래 세료자를 만나러가기도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첫번째 가정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와 함께 안정적인 두번째 울타리를 꾸려나간다. 이렇듯 안나는 아들 세료자와 연인 브론스키 중 어느 쪽도 놓지 못하고 양손에 꼭 쥐고 있다가, 결국 반쯤 미쳐버리고 만다. 정당화할 수 없는 논리를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다보니 스스로 정신줄을 놓쳐버린 것이다. 애초에 불륜 자체가 비겁한 선택이기에 어쩌면 안나의 최후는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백번 양보해서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첫번째 가정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서 두번째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비겁하게도 양다리를 걸치다보니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나가 행복해지려면, 브론스키를 포기하고 기존 가정을 잘 지키며 살든가 아니면 세료자를 포기하고 브론스키와 이룬 두번째 가정에 집중하며 살았어야 했다. 그러나 안나의 마음은 첫번째 가정과 두번째 가정을 끊임없이 오가며 고통받는다. 세료자도 그립고 브론스키도 놓칠 수 없고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인 채로 계속 살다보니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안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과정에서 브론스키, 세료자, 전남편 세르게이 모두가 큰 상처를 받는다. 물론 두번째 가정에서 낳은 딸도 엄마에게 늘 외면받았으니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책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서, 톨스토이는 불륜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는지를 정말 처절하게, 낱낱이 파헤쳐서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일부일처제는 인간이 제정신으로 평화롭게 살기 위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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