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108 김이설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리뷰 김이설 리뷰 책 은 수필처럼 술술 읽히는 소설이지만, 아름다운 시 같은 구절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소재를 시적으로 재해석한다. 집안살림을 하는 고달픔을 '그해의 열대야에 대해서, 깊고 오래된 골목길에 대해서' 와 같이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외면한 건 아니다. 오히려 결혼과 육아의 현실을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줘서 숨이 막힌다. 이때 엄마가 아닌 '이모'가 육아를 한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온다. 엄마들이 호소하는 돌봄노동의 어려움은, 엄마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무게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아직 미혼인 주인공이 호소하는 육아와 살림의 고통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 어느 취준생의 이야기 주인공은 MBTI 테스트를 하면 반드시 I가 나올 것 .. 2021. 4. 13. 드로 미샤니 < 세 여자> 리뷰 드로 미샤니 리뷰 책 리뷰 이스라엘 소설은 처음이지만 역시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이국적인 요소가 다소 등장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해리포터처럼 완전히 새로운 마법 세계는 아니다. 내용상으로는, 처음에는 '오르나'라는 여자가 주인공인가 싶다가 중간에 가면 '길'이라는 남자가 주인공이구나 싶다가 나중엔 주인공이 정해진 게 아니라 거대한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참 재밌다. 1부, 2부, 3부 각 부의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로맨스 소설 읽듯이 편안하게 쭉 따라가다가 갑자기 추리소설이 된다. *** 1부: 이혼한 싱글맘 '오르나'의 이야기 1부는 '오르나' 시점으로 서술된다. 1부만 읽으면 오르나의 전남편 로넨과 아들 에란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오르나가 서운한 건 신경도 안 쓰고 자기들끼.. 2021. 4. 12. 케일린 셰이퍼 <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리뷰 케일린 셰이퍼 리뷰 책 리뷰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여자들은 서로 섬세하게 얽힌 섬유처럼 친밀하게 우정을 엮어나가는 데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는 여자들은, 여자들의 일반적인 사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인기를 끄는 단골 소재다. 이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여자끼리 머리채 잡고 싸우는 것을 의미하는 '캣파이트(Cat Fight)'다. 캣파이트 소재가 자주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길 그들은 여성의 우정에 대해 몰랐고, 여자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존재라는 그들의 오해를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미국 인기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해서,.. 2021. 4. 5. 이미예 <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이미예 리뷰 책 리뷰 책 은 꿈을 사고파는 백화점에 관한 이야기다. 난 솔직히 꿈을 잘 꾸지 않고, 꾸더라도 현실과 똑같거나 버스를 잘못 타는 꿈을 주로 꿨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난 모험심이 없고 소심해서 꿈을 사지 않고 그냥 잠만 잤던 것이다. 꿈 쇼핑을 해야 재밌는 꿈을 꿀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나도 재밌는 꿈 꿔봐야지 하고 결심했더니 진짜 엄청나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을 하는 꿈을 딱 한번 꿨다!! 정말 너무나도 멋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경이었다. 딱 내가 원하던 꿈이었다. 과연 백화점에 꿈 값이 잘 지불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더니 그런 멋진 꿈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꿈 백화점이라는 제목 덕에 약간의 스포가 .. 2021. 4. 3. 채사장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편> 리뷰 채사장 리뷰 책 리뷰 책 시리즈는 나무보다 숲을 볼 수 있도록, 세계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내가 왜 사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인생이 허무하고 우울한 사람, 벌 받아 마땅한 아주아주 나쁜 사람이 왜 나보다 잘 사는지 원망스러운 사람, 인간이 죽고 나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한 사람 등 이 세계의 진리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드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수학처럼 정해진 답을 준다기보다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더 큰 시야로 보게 해 준다.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보는 눈을 확장시킬 수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과학과 철학과 역사와 온 세상의 지식을 끌어모아 나에게 진리를 알려주려고 애쓰는 책이다. *** 종교를 전도하는 방.. 2021. 4. 2. 김초엽 < 지구 끝의 온실> 리뷰 김초엽 리뷰 책 리뷰 책 의 작가는 과학 전공자답게 탄탄한 기초지식으로 미래도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와중에도, 인물 간의 관계 변화에 따른 잔잔하고 미묘한 감정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참 독특한 느낌이 든다. 읽을 때마다 김초엽 작가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한국 작가의 다양성에 적지 않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재미의 책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식물학자가 쓴 것처럼 정교하고 자세하게 식물과 연구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입부가 좋다. 지루한 서사는 잘라내고, 기이한 식물이 뉴스에 등장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근데 바로 이 식물이 이 소설의 결말이나 다름없는 주인공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맨 앞에서 결론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2021. 4. 1. 김초엽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리뷰 김초엽 리뷰 책 리뷰 한국인이 쓴 소설이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미국 소설 특유의 스토리 전개력이 느껴진다. 작가가 이공계 전공이라 그런지 우리가 한 번쯤 상상했던 판타지 세상의 너머까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체감하게 한다. 항상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바뀌는 것만은 아니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 유토피아를 버리고 지구를 택한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술 발전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단편에 나오는 주인공의 얼굴 흉터가 유전자 조작기술 덕분에 사라지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흉터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작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만 가득.. 2021. 3. 31. 엘리자베스 버그 <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리뷰 엘리자베스 버그 리뷰 책 는, 노인이 된 아서 씨의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혐오가 존재하지만 그중 노인 혐오도 만연하다. 노인을 공경하던 사회는 사라지고 비상식적인 일부 노인을 일반화하여 모든 노인을 혐오하곤 한다. 꼭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인이라는 존재를 노인 스스로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게 되었다. 노인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경제적, 신체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라는 책에서는 노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노인이 전원생활을 하면 그동안 살아온 삶의 지혜 덕분에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지만, 도시에 살면 개인주의 때문에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되고 더군다나 병든 노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도시화되면서 벌어진 현상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 2021. 3. 30. 이전 1 ··· 10 11 12 13 1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