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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케일린 셰이퍼 <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리뷰

by 티라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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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린 셰이퍼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리뷰

 

집에_도착하면_문자해

 

책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리뷰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여자들은 서로 섬세하게 얽힌 섬유처럼 친밀하게 우정을 엮어나가는 데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는 여자들은, 여자들의 일반적인 사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인기를 끄는 단골 소재다. 이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여자끼리 머리채 잡고 싸우는 것을 의미하는 '캣파이트(Cat Fight)'다. 캣파이트 소재가 자주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길 그들은 여성의 우정에 대해 몰랐고, 여자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존재라는 그들의 오해를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미국 인기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해서, 기존의 편견에 찬 캣파이트 소재를 단호하게 빼고 이성애자인 여성 둘이 행복하게 우정을 다져나가는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

책에서는 학교에서 잘 나가는 10대 여자애를 여왕벌이라 칭하고 그 친구들은 추종자, 심부름꾼 등으로 표현한다. 어느 집단이든, 인간이 여럿 모이다보면 그 안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가 생긴다. 리더가 생기고, 리더가 하는 일이면 뭐든 따르는 맹목적인 추종자가 생기고, 일명 '아싸'라고 불리며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행보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작가는 10대 시절에 여자들 사이의 신경전 때문에 고생했지만, 세월이 흘러 직장인이 되자 당시 여왕벌도 평범한 주부가 되었고 그 당시 유치하게 싸웠던 일들도 화해로 풀며 우정을 재정립했다고 한다.

작가는 우정이 단지 보조적인 관계에만 머무르는 것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작가 본인도 한때는 남자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며, 자신이 여성임에도 여성을 2등시민 취급하며 여성지를 무시하고 남성잡지회사에서 일했지만 세월이 지나 여성과의 우정이 얼마나 삶에 있어 소중한지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된다. 그리고 우정보다 로맨스가 우선시되고,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압박받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가 보장되어야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굉장히 중요하다. 집단적 획일화와 강요는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작가가 한 말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른 문장이다. 영화와 책으로 나온 <브리짓 존스>에서 '도시가족'이라는 단어로 친구들을 지칭한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말하긴 어렵지만 친구들에게는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도시가족이라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난 가족들과 친구처럼 지내기 때문에 도시가족이 없지만, 앞으로는 열심히 찾아볼 생각이다. 인생에 나와 맞는 친구들이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살아갈 힘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살다보면 나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한 친구들이 가족보다 훨씬 말이 잘 통할 때가 많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것처럼 맨땅에 헤딩하듯이 길거리 헌팅처럼 친구를 사귀긴 힘들고, 아무래도 같은 직장에서 만나거나 같은 취미활동을 하며 만나는 경우가 더 자연스럽고, 오래 유지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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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취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예전 시대 어머니들은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가 놀이터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이나, 부부모임에서 만난 아내들밖에 없었다. 가수 <빅뱅> 멤버들의 엄마모임, 예능 <무한도전> 멤버들의 아내모임만 봐도 그렇다. 해당 그룹이 해체되면 자연히 소속감이 옅어지는 지인들의 모임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여자들은 모이는 걸 좋아하고 우정이 결합된 모임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다. 사실 성별에 관계없이 인간은 누구나 모이는 걸 좋아한다. 심지어 혼자있는 걸 좋아하는 가장 내성적인 인간에게도 모임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소속감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소속감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다섯 가지 욕구 중 세번째 욕구다.

이제는 오로지 내가 중심인 모임을 많이 만들어나갈 때다. 바로 그 누구도 아닌 내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요즘은 여자도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회사생활나 취미생활을 통해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됐다. 남편이나 자녀 중심으로 맺어진 관계는 내가 중심이 아니라서 찐한 우정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남편과 이혼하거나 자녀끼리 싸우거나 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깨어질 수밖에 없는, 어찌 보면 얄팍한 우정이다. 하지만 내가 중심인 관계는 내가 그만두고 싶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안정감이 소속감의 원천이다. 언제든 깨어질 위험이 있으면 솔직히 강한 소속감이 들지 않는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 곧 그만둘 회사에 소속감 느끼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정 모임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가족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커버해준다. 애초에 가족과 친구는 커버해주는 영역이 다르다. 가족은 집밥이고, 친구는 외식이다. 매일 집밥만 먹다가 가끔 외식하면 정말 행복하다. 그 외식의 종류가 더 다양해지면 더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취미를 찾고 다양한 친구 모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내 인생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드라마 <시지프스>에서도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앤리치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 너무 외로워서 힘들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우정 모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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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이 책을 정말 추천하고 싶다. 정말 재미있고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는 부분이 많아 한국 독자로서 그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성차별 문제가 아닌, '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여자친구들과의 우정에 소홀했던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인생에 수능이 전부가 아니듯, 인생에 결혼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결혼하든, 하지 않든 내 인생에 함께 할 친구들은 어느때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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