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탁 <아빠 잠깐 병원 다녀올게> 리뷰
책 <아빠 잠깐 병원 다녀올게>는 제목을 참 잘 지은 책이다. 자칫 우울할수도 있는 위암 투병기를, 따뜻하고 친근하게 만든다. 제목에 '아빠'가 들어간다고 해서 자녀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간병인 역할을 하는 아내도, 많이 나오지 않고 보조적으로만 나온다. 위암에 걸린 당사자의 입으로 직접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며 투병기를 썼고, 그 글을 모아 책을 냈다. 그래서 수술 과정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방금 전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작가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책을 썼다. 암이라고 해서 눈물 겨운 스토리만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500페이지 넘는 책에서 작가의 슬픔을 드러낸 건 1~2페이지 정도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를 울게 하거나 암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려는 게 아니라, 실제 위암에 걸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와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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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의 위력
건강검진은 그 중요성에 비해 받는 것은 귀찮다. 분명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마치 아픈사람처럼 병원복을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1~2시간 동안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건강보험공단에서 무료로 일반검진을 지원해준다. 그만큼 건강검진은 국민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막상 검진으로 큰 병을 발견하고나면, 수술하기 싫어지는 게 사람 심리다. 왜냐면 겉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건강한 사람을 괜히 수술해서 아픈 사람 만드는 것 같다. 작가도 건강했던 근육질 몸이, 수술한 뒤 엄청나게 근손실이 나며 허약해져서 후회하기도 한다. 그래서 과거에 의료지식이 없던 부모들은 자녀에게 국가에서 무료로 백신주사를 맞혀준다는데도 거부했다. 그들이 보기엔 건강한 자녀에게 병균을 주입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것이다. 평소 양치를 해서 미래의 치과비용을 아끼는 것처럼, 미래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현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아직 건강검진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예약을 잡도록 하자.
하지만 아프지도 않고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큰 병이 있다며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의 말을 믿기는 쉽지 않다. 나도 건강검진으로 암이 될 뻔한 위험한 종양을 미리 발견해서 제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N9세 때였다. 작가도 39세에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아홉 수가 정말 있나보다. 작가의 블로그에 달린 댓글 중에도 39세에 위암 걸렸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무튼 그때 나도 겉으로는 아픈 곳이 없어서 굳이 장기 하나를 통째로 없애고 싶지 않았지만, 대학병원 세 군데서 당장 수술하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세 군데 돌 때 한 달 정도 걸렸지만, 워낙 의심 많은 성격이라 후회는 하지 않는다. 대학병원은 동네병원에서 대학병원에 가라는 내용의 진단서를 받아야 갈 수 있으며,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되고, 예약을 하고 가도 몇 시간씩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앞에 환자 진료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대학병원까지 가는 환자들은 큰 병에 걸렸기 때문에 금방 안 끝난다. 그렇다고 일부러 늦게가면 내 순서가 확 밀려서 그럴 수도 없다. 예약시간보다 미리 가 있어야 기다릴 확률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 그래서 항상 기다릴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참고로 건강검진은 최소 한번쯤은 대학병원에서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동네 병원에서 받으면 컵라면 먹듯이 후루룩 끝나버려서 빨리 끝나는 건 좋지만, 검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나도 동네 큰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는데, 2년 후 대학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나니 발견된 것이다. 해당 종양은 그 크기와 상태로 봐서 몇 년 묵은 거라고 했다. 즉 동네 병원은 심각한 질병을 극초기에 발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는 동네병원에서도 발견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의 경우는 아직 암으로 발전하기도 전인 경계성 종양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국민이 매년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면, 안그래도 오래걸리는 곳인데 더 박터질 것이다. 그러니까 매년 갈 필요는 없고, 아무 이상 없더라도 인생에 한번쯤은 가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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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에 걸리는 이유
한국인 암 발병 중 위암이 1위라고 한다. 다들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급한 성격에 빨리 먹는 사람이 많다보니 위암이 1위가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는 밥 먹는 속도도 느리고, 커피도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고, 술 담배도 안하다보니 위 내시경 결과는 좋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평소 소화가 잘 안돼서 그랬던 건데, 내 경우는 위는 괜찮고 장이 문제였다. 장염으로 응급실 가서 돈도 깨지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 뒤로는, 유산균을 매일 알약으로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 군 생활 때문인지 회사생활 때문인지 특히 한국에서는 밥을 빨리 먹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커피도 순식간에 원샷한다. 옆 사람과 먹는 속도도 맞춰야 하고, 황금같은 점심시간을 아껴 산책도 하고 낮잠도 자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건 위에 치명적인 습관이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 글을 본 순간부터 당장 고치기 바란다.
작가는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런데 종양의 위치가 안좋아 위를 통째로 들어내야 한다.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종양이 매우 위에 있어 위는 물론이고 식도 일부까지 잘라내야 하는 경우다. 이 경우 눕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둘째, 종양이 위의 윗부분에 있어 위 전체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다. 이 경우 몸무게가 15kg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셋째, 종양이 위의 아랫부분에 있어 위의 일부만 잘라내는 경우다. 작가는 두번째 경우였다. 건장한 남자였던 작가는, 위암 수술로 황금 같은 근육 7kg를 포함한 총 몸무게 15kg를 잃어버린다. 어릴 때는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지만, 나이가 먹을 수록 근육은 잘 안붙고 살만 잘 붙는다. 근육은 건강을 위한 필수재료다. 수술 후 작가는 많은 근손실로 인해 추위를 잘 타는 체질로 변한다.
하지만 작가는 암이 완치되었다고 해도 절대 기존 생활방식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암이 재발한다. 원래는 죽을 뻔했는데 수술 덕분에 새로운 몸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우거나 산 속으로 들어가라는 건 아니고 식습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식습관을 고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상생활 속 모든 행동을 다 바꿔야 한다. 작가의 책에는, 회사생활과 건강한 식습관을 병행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이래서 밥을 다 같이 먹는 문화는 위 건강에 정말 안좋다. 메뉴 선택도 맘대로 못하고, 밥 먹는 속도도 직급이 높은 사람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밥을 30분에서 1시간동안 천천히 먹도록 하는 캠페인이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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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친구 대장암
입도 소화기관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입에서 1차 소화, 위에서 2차 소화, 장에서 3차 소화가 이루어진다. 위가 없어진 작가는, 구강 상태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회사 스트레스로 구내염이라도 생기면 입으로 음식 씹는 것이 너무 힘들어져서 대충 씹고 삼키게 되고, 그러면 장에 부담이 더해진다. 그리고 위의 역할까지 하느라 장에 소화 부담이 두배, 대장암 확률도 두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단에 늘 신경쓴다. 입으로 꼭꼭 씹는 것을 절대 무시하지 말자. 그것도 하나의 소화 행위다. 입에서 대충 하고 삼키면 우리의 위와 장이 훨씬 더 힘들어지고, 질병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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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마치며
분명 책에 대한 에세이를 썼는데 다 쓰고 보니 건강에 대한 잔소리만 한 바가지다. 과연 이걸 누가 재밌게 읽을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게 블로그 운영 목적이라서 속은 시원하다. 잔소리 하려고 이 책을 읽은 건 아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로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읽다보면 내 걱정, 친구 걱정, 부모님 걱정까지 되는 책이긴 하지만 건강을 미리 챙겨서 손해볼 건 없다. 그리고 작가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람인 것 같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지만 절대 쓸데없는 말은 없다. 오직 위암 관련 정보를 원하는 사람만을 위해 썼다는 게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필요한 말만 써놓은 책이다. 하지만 위암에 걸린 환자 뿐만 아니라 가벼운 에세이를 원하는 사람도 만족할 정도로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렵지는 않다.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쓴 책이라서 더 친근하고 알기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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