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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김신지 < 평일도 인생이니까> 리뷰

by 티라 202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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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리뷰

평일도_인생이니까

 

책 <평일도 인생이니까>는,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내가 게으른 건 아닐까 자책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인생의 무게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밀린 다이어리를 쓰고, 맘에 드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예전에 갔던 곳으로 여행을 가고, 퇴사를 고민하며 사주를 보는 평범한 일상을 소소하고 재미있게 공유해준다. 너무 잔소리같지도 않게, 너무 다 포기해버린 것 같지도 않게, 너무 과하게 의욕적이지도 않게 적당한 정도로, 우리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을 탓하다가도 무한긍정회로를 돌리며 힘을 되찾는다.

좋아하는 것들

책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단상이 참 맘에 들었다. 좋았던 여행지를 다시 찾고, 좋았던 가게에 다시 들르고, 좋았던 책을 다시 읽는 건 절대 시간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점점 더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고 영혼을 고양시키는 행위다. 심리테스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비 오는 밤 창가에 앉아 이미 수백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것과, 햇살 좋은 잔디밭에서 수십 명이 모여 단체행동을 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난 전자를, 내 지인은 후자를 택했다. 지인은 이렇게 되물었다. "비 오는 날 혼자 집에서 눈물 흘리며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니 거의 자살하기 직전 아니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난 땡볕에서 더워죽겠는데 여러 명이 모여서 뭔가 행동을 한다는 게 더 힘겹게 느껴졌다. 내가 전자를 택한 이유는 확실하다. 일단 비 오는 날 밖에 있으면 힘들지만 집에 있으면 뭔가 뽀송하게 운치를 즐길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그리고 이미 수 차례 읽었던 책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라는 뜻이다. 마치 내가 정말 좋아해서 수백번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는 것과 같다. 그리고 원래 좋은 책은,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가 훨씬 더 재밌고 더 새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건 그만큼 영혼에 울림을 주는 감명 깊은 책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행복한 행위를 자살 직전이라고 표현하다니 너무 심했다.

이처럼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들이 다르다. 방구석에서 뒹구는 게 행복한 사람이 있고, 집에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이상하다고 하지 말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주자. 또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억지로 좋아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일상을 하나씩 채워가면 된다. 다시 찾은 여행지에서, 그때 좋은 인상을 줬던 장소들을 찾아헤매며 작가는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좋아하는 장소에 다시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개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책과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북토크를 앞두고 긴장한 작가에게 남편은,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렇게나 하라는 말은 아니다. 작가는 최선을 다해 북토크를 준비하고, 가서는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려고 노력한다. 긴장을 심하게 하면 갑자기 내가 준비한 것들이 하찮아 보이면서 다 패스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그럼 내가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지 못하게 돼서 끝나고 나면 아쉽고 허무해진다.

작가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통찰한다. 잘 살려고 애쓰니까 인생이 그렇게 힘든 것이라고 위로한다. 나는 그냥 태어났으니까 그냥 살면 된다. 열심히 살면 되지, 누가 세운 기준인지도 모르는 그 기준에 맞추려고 아등바등 애쓰고 그 기준에 맞추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 기준은 바로 나 자신이 세웠기 때문이다. 남들의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는, 내가 스스로를 칭찬해줄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면 그걸로 된 거다. '못하면 어떡하지? 놀림 받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걸 내려놓고 그냥 하자. 이 세상에 특별한 사람은 없다. 유명하고 잘나보이는 사람도 가까이서 보면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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