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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심채경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by 티라 2021.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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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천문학자는_별을_보지_않는다

 

과학자가 쓴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제목이 궁금한 사람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문학자는 밤하늘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서 별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다. 과학자라는 타이틀, 그리고 천문학자라는 직업은 듣자마자 세상 멋있고 세상 힙하게 느껴진다. 사실 '천문학자'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이 책을 펼쳐보기 시작한 사람이 99.99%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실제로 과학자들은 컴퓨터 앞에 몇 날 며칠 또는 몇 년(!)까지도 앉아서 끝없이 자료 분석을 한다는 슬픈 현실을 알게 된다. 우리 머릿속 천문학자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고 새로운 별을 발견하지만, 진짜 천문학자는 하와이 망원경이 관측해 둔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각종 연구를 진행한다. 그래도 우주와 행성과 별과 달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로맨틱하다. 작가는 처음에는 '타이탄'이라는 목성의 위성을 어쩌다가 학부연구생으로서 연구하지만, 나중에는 달 과학자가 된다. 달 과학자 너무 멋있어! 타이탄 전문가도 너무 멋져!! 진짜 초등학생이랑 중고등학생이 이 책 많이 읽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어려운 내용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흥미롭게 과학자의 커리어와 일상을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과학자, 천문학자가 될 수 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심재경 작가는 대학 교수로서 교양 과목으로 천문학 강좌를 개설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대충 학점 잘 주는 널널한 교양이 아닌, 조선왕조실록을 스스로의 힘으로 조사해서 천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발견하는 과제를 주는 뜻깊은 교양과목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과제를 어려워하거나 다른 논문을 베끼는 학생도 있었지만, 진짜 제대로 수행해서 심재경 작가를 천문학 교수로서 뿌듯하게 만들어준 제자들도 생겼다. 심재경 작가의 목표는 학생들이 천문학적 지식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다른 직업군에서 일할 때 천문학을 접목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양 과목으로 천문학을 듣는 타 전공생들이기 때문에, 심재경 작가는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갔을 때 어느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천문학적 요소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천문학에 빠져들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조금 빠져들었다. 심재경 작가의 열정에, 그리고 천문학의 매력에 말이다.

 

작가들은 대부분 멋있지만 심재경 작가도 참 멋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천문학계에도 기여하고 가정도 이끌고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쳤고 다른 동료 과학자들도 신경써주고 천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 에세이도 써 주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과학자라고, 천문학자라고 하면 되게 멋있고 대단해보이는데 정작 작가는 스스로가 엄청 소탈하고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겸손하게 쓴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내 눈에는 엄청엄청 대단하고 멋져 보인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역시 강력한 고정관념(!)은 바꾸기 쉽지 않은가보다. 대신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지는 않는다는 건 확실히 깨달았다. 요즘 천문학자들은 밤새 망원경 앞에 있지 않고, 낮 시간에 컴퓨터로 자료를 다운로드받아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업무강도가 낮아진 건 아니고, 더 좋은 자료로 더 풍성하게 분석할 거리가 많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천문학 비전공자에게는 유럽 여행을 떠나는 것만큼 시야를 확장시켜준다. 그래서  방구석에서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모든 사람은 주변에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 나도 주변에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교수가 된 이유가, 이 세상에 교수 아니면 의사밖에 직업이 없는 줄 알아서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그만큼 자기 주변의 세상은 좁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 쓴 에세이는 참 신선해서 좋다. 같은 대한민국, 같은 지구에 사는데도 이토록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니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여행도 못가는 이때에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작가의 천문학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열정도 느낄 수 있다. 어떤 대학의 어떤 연구실의 어떤 컴퓨터 앞에서 어떤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매일매일 자료분석하며 연구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심재경 작가님이 왕성하게 집필활동을 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천문학 연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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