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리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예술가 역시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략)
그저 모든 직업인이 그렇듯이 나 역시
부와 명예와 의미를 좇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이하중략)
이 직업은 명백하게 멋이 있다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가수이자 책방주인이자 작가인 '요조'의 에세이다. 약간 이효리가 생각난다. 제주도에 살고, 예술가로서의 여유와 잔잔함이 있고, 통기타와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 20대는 여신으로, 40대가 된 지금은 소탈한 아줌마(!)의 삶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닮았다. 정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당연스럽게 40대는 아줌마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제는 뭔가 마음이 아프고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제는 50대가 그런 느낌이다. 50대부터는 진짜 진짜 아줌마가 확실하지! 하지만 40대까지는 요즘 동안도 많고 해서 아직 아줌마라고 하기엔 애매하지 않을까? 하고 나도 모르게 관대해진다. 내가 더 나이를 먹으면 50대까지도 멀쩡하고 60대부터가 아줌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릴 때는 60대면 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혀 아니다. 마치 대학생들이 군인이 '아저씨'가 아니었구나 하고 깨닫는 기분이다. 요조는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가 유치원생에게 '옥상에서 빨래 너는 아줌마'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졌다가 아이가 손을 흔들어줘서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고 한다.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유치원생 눈에는 스무 살도 아줌마라고 한다. 10여 년 전에 가수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요조는 홍대에서 기타 치는 싱어송라이터들 중 한 명이었다.
할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 버려서
다른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할아버지가 말씀을 많이 하셨다.
아름다움은 재미있다
할아버지와 관련된 위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 나도 웃어른을 만나면 말수가 적어진다. 웃어른과의 대화를 재미있고 편안하게 잘 하는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부럽다. 나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대방이 나를 불편해하면 서운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도 윗사람이 불편하다. 요조는 친구 아버지 전시회에 갔다가 친구 아버지와 식사까지 함께 하게 된다. 전시는 굉장히 감동하며 봤지만 막상 식사를 함께 하려니 그 감동을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얘기만 듣고 왔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작품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받으려는 작품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감상이다. 그런 감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요조도 예술적 감각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현대미술전시에 갔을 때, 나는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말들을 계속해서 하는 작품들에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했던 적이 있다. 현대미술은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새로움을 과도하게 추구하다보니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지경까지 온 것 같다. 그 전시를 본 것도 벌써 한참 전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요즘은 인기웹툰을 드라마로 만들고 책으로 출판하고 전시까지 한다. 웹툰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잘나가는 웹툰작가는 방송출연을 심심풀이로 할 정도로 돈을 잘 번다고 한다. 한달에 한번씩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하는 수준으로 돈을 번다고 하니 정말 상상도 안 간다.
옆에 서기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다보면 너무 공감도 되고 재밌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깝다. 너무 아까운데, 페이지가 술술 빠르게 넘어가버린다. 또 한 챕터씩 읽고 나면 그때마다 마음에 잔잔하게 좋은 감정이 몽글거린다. 그래서 다음 장을 시작하기가 아깝다. 그렇게 계속 몽글거리다보면 순식간에 책이 끝난다. 너무 아쉽다. 아쉬워서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었다. 책 표지는 회색이지만 책 내용은 파스텔 톤으로 몽글거린다. 요조라는 사람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그래서 요조의 유튜브 채널을 발견하고 바로 구독했다. 영상을 하나도 안보고 그냥 구독했는데 이제보니 최근에는 올라온 영상이 없다. 요조는 이제는 '신요조'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신요조입니다 라고 인사한다. 요조는 참고로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라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나오는 인물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 한다. 실제 요조를 만나본적은 없지만 요조숙녀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이효리나 이상순 같은 느낌의 잔잔한 예술가다. 생각해보니 이효리도 이상순을 만나서 바뀐 거니까 정확히 말하면 요조는 이상순 같은 느낌의 아티스트다. 둘 다 아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냥 미디어에 비친 모습만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는 거다. 아무튼 요조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책들도 많이 홍보하고 있다. 이것도 다 읽어봐야겠다. 요조는 책을 참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인 것 같아서. 앞으로도 에세이를 많이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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