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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요조 < 요조 기타 등등> 리뷰

by 티라 2021.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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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요조 기타 등등> 리뷰

요조기타등등

책 <요조, 기타 등등> 리뷰

요조의 에세이에 중독돼서 계속 찾아서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에세이는 <요조, 기타 등등>이라는 요조 초창기 에세이다. 통기타 악보집 수록곡에 딸린 사연을 덧붙인 어쿠스틱 에세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난 통기타를 전혀 칠 줄 몰라서 악보 부분은 오오 하면서 그냥 넘겼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보여서 반가워서 따라부르기도 했다. 내가 그 노래들을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했던 게 벌써 10년 넘게 지난 일이다. 그리고 다른 에세이와 다르게 이 책은 글자 수가 몇 없어서 빽빽한 글자에 질리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는 통기타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보면 요조의 곡들을 연주할수도 있다. 요조가 작가 겸 책방 주인으로 변신하기 전, 아직 음악가로 활동할 때 썼던 글이라 그런지 뭔가 더 풋풋한 느낌이다. 지금은 절판된 책이라 도서관에서밖에 만날 수가 없다. 요조의 다른 에세이를 읽다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책이 묵직하다. 비싼 코팅 종이를 쓴 것 같다. 그리고 약간 잡지 같은 매끄러운 재질이다. 

 

[콘서트 필] 요조 - 좋아해 (2014.10)

정말 좋아해
너무 달지 않은 라떼
비 갠 거리로 가볍게 나서는 산책
몇 번이나 본 로맨틱 코메디 또 보기
정말 좋아해
차가운 녹차맛 아이스크림
문득 떠나는 하루짜리 짧은 여행
햇살 좋은 날 무심코 들어선 미술관
(그리고 너의 곁)
어떻게 지낼까 정신없이 살다가도
거짓말처럼 막 보고싶고 그래
너의 곁에선 하루가 참 짧았었는데 기억하니
(언제나 둘이던)
그리운 시간들 돌아가고 싶은 한 때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웃곤 해
좋은 일들만 너의 옆에 가득하기를 바랄게
여전히 널 좋아해

요조가 인정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노래 '좋아해'를 통기타 부분이 많이 들어간 버전으로 가져와봤다. 기타소리도 참 좋고 요조 생목소리도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기계처리된 버전보다, 김진표 씨 랩이 들어간 버전보다 이게 더 좋다. 이렇게 선선한 목소리에 갑자기 랩이 끼어드는 게 약간 분위기 깨는 것 같아서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요조의 목소리와 통기타 소리만 듣고 싶다면 위 영상을 추천한다. 난 다 구별할 수 있지만, 요조 아버지는 제이레빗이나 아이유와 딸 목소리를 헷갈리신다고 한다. 제이레빗은 통통 튀는 발랄한 느낌이고, 아이유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아이돌 재질이고, 요조는 왠지 어쿠스틱 갬성 낭낭한 카페에서 고양이랑 뒹구는 느낌이다. 요조는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기도 한다. 약간 가을방학이랑 브로콜리너마저도 생각나는 갬성이다. 요조는 막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보다는 잔잔하고 뭔가 슬픔을 간직한듯한 노래가 더 많다. 요조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자신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하는 사람 같다. 

 

읽으면서 진짜 심하게 공감했던 부분이 두번 있었다. 식물과 교감하는 거랑 고기굽는 거다. 출근길에 지나가는 나무들에게 인사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계속 인사하며 출근했다. 그리고 공사 때문에 잠깐 쓰레기에 온통 둘러싸인 나무가 비명을 지르고 주변 나무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을 느낀(?) 적도 있다. 주로 키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나를 부모님처럼 어른스럽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식물과의 교감은 해본 적이 없다. 요조는 작은 식물 '나영이'와 교감했다. 친구가 잠깐 맡긴 거라 정성껏 돌보긴 했지만 사랑은 주지 않았더니 빠르게 시들어버린 나영이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요조가 나영이로부터 날카로운 적대감을 느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안심도 됐다. 사실 내가 읽은 어떤 책에는 정원을 가꾸며 정신질환이 치유되는 사례가 백만개 나온다. 그정도로 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인간과 충분히 감정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존재니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고기구울 때다. 요조는 친구로부터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왜냐면 고기구울 때는 가만히 보고있다가 다 익으면 그제야 쏙 집어먹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그러는 편이다. 대신 난 고기 구워먹는 걸 별로 안좋아한다. 다 구워서 갖다주는 스테이크가 좋다. 아무튼 요조 친구는 다 익었다고 말할 때까지 멀뚱히 앉아있는 요조가 이기적이라고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화가 난 요조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신뢰라고 소리친다. 친구가 다 익었다고 말한 걸 믿고 먹는 거라는 뜻이다. 나도 물론 요조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라서 요조가 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많이 공감되고 재밌었다. 

 

책 <요조 기타 등등>은 요조 씨도 글을 많이 쓰면서 필력이 엄청나게 향상된거구나 느끼게 된 책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책만큼 재밌게 읽었지만 아무래도 에세이가 아니라 악보집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보니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문장을 자주 발견할수는 없었다. 대신 노래가사들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책 후반부에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실려있는데, 그래서 확실히 요조만의 감성이 느껴졌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가사와는 확연히 다르구나 싶었다. 나는 요조 특유의 감성이 좋다. 노래가사들을 보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보인 쓸쓸한 고양이 같다. 요조는 자기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아주아주 솔직한 노래를 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공감도 많이 얻고 사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인데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요조도 마흔이 넘었다. 이 책은 8년 전 요조가 서른 셋일 때 출간됐다. 요조 본인 피셜 비현실적으로 예쁘게 잘 나온 사진들이 가득 실려 있어서, 요조의 팬이라면 소장할만도 한 책인데 절판되었다. 보고싶은 사람은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으로 가면 된다. 사실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 무사에서 절판된 책을 팔고 있다고 한다. 다 팔렸는지 여부는 모른다. 궁금한 사람은 가보면 된다. 책방이 참 예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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