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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요조 < 오늘도, 무사> 리뷰

by 티라 2021.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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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오늘도, 무사> 리뷰

오늘도_무사

책 <오늘도, 무사> 리뷰

우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일은 거창하다
대견한 빈 잔
대견한 빈 잔은 언제나 같은 말을 한다
"좋았니?
좋았지?
잊지 마, 내일도 좋을 거야."
우주라는 말 대신

 

책 <오늘도, 무사>는 책방주인 신수진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요조의 에세이다. 음악하는 요조가 아니라 책방을 운영하는 신수진으로 불리는 지금이 좋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시를 좋아하지만 잘 못 쓴다고 말하지만 위와 같이 귀여운 시를 뚝딱 써낸다. 음악하는 요조도 좋고 책방하는 신수진도 좋다. 책 <오늘도, 무사>에는 조용히 즐겁게 독립서점 '책방무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수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한번도 '책방무사'에 가본 적 없는 사람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이 가득한 공간은 참 매력적이다. 그런 공간이 일터라니 참 부럽다. 그러나 모든 독립서점 주인들은 재정적 어려움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재정적 어려움과 좋아하는 일, 둘 중 하나만 잡아도 다행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둘다 잡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리고 뭐든지 사람 상대하는 일은 어렵다. 책방 운영도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예의바르고 선한 사람들만 오면 참 좋겠지만, 참 세상 일이 그렇지가 않다. 책방주인 신수진으로서 책방운영에 대해 강연하러가면, 가장 강조하는 일이 CCTV를 설치하라는 말이라고 할 정도로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 재정적 어려움도 힘든데 마음 놓고 손님을 믿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작가는 이제 단련되어 그런 사람을 만나면 평온한 표정으로 무례하다고 지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 <오늘도, 무사>는 독립서점들은 어떻게 먹고살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작가의 책방을 비롯한 많은 독립서점들은 정기적으로 여러가지 워크숍을 진행한다. 10명 안팎의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서 돈 이야기도 하고 책 이야기도 하고 사는 얘기도 한다. 일단 책방에서 모인다는 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간식을 먹는 모임이라니 참 솔깃하다. 하지만 나는 용기가 없어서 같이 갈 친구 없이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책방 '책방무사'는 원래 종로에 있었지만 제주로 옮긴 상태라서 마음 먹는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단골도 있고 꽤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제주로 여행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그럴만도 하다 원래도 인기 많은 여행지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이 막힌 이후로 더 심해졌다. 그런데 웃긴 점은, 아무리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가도, 서울보다는 훨씬 한산하다. 서울의 인구밀집도가 얼마나 어마무시한지 알 수 있다. 왠지 작가도 복작대는 서울보다는 여유로운 제주도가 잘 어울린다. 

 

작가에게 정말 격하게 공감되는 점이 또 하나 있다. 독서가 취미인 이유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서는 대단한 게 아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눈알만 굴리면 된다. 그래서 나도 독서를 사랑한다. 사람들이 왜 새해결심으로 억지로 독서를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독서는 내가 보고싶은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이지, 관심도 없고 읽고싶지도 않은 책을 강제로 읽는 건 독서가 아니라 공부다. 공부는 나도 싫다. 죽을 때까지 단 1분 1초도 더 공부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리게 했다. 그래서 이렇게 게을러빠진 취미인 독서를 교양있게 생각해주는 사회분위기가 은근히 고맙다. 게으른 내가 교양있는 나로 저절로 포장된다. 몸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독서가 꿀취미다. 물론 유튜브와 넷플릭스 보는 것도 안움직이고 할 수 있지만, 독서와는 재질이 다르다. 라면 먹는 거랑 피자먹는 것과 같다. 둘다 번갈아가며 먹어야 맛있지 하나만 계속 먹으면 질린다. 계속 책만 읽어도 질리고, 계속 드라마만 봐도 질린다. 번갈아서 볼 때 즐거움이 더 극대화된다는 원리는 경제학적으로도 증명됐다(한계효용 체감의 원리).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중고서점, 도서관에 가면 책으로 온통 둘러싸인 공간이 나온다. 도서관은 무료라서 좋고, 서점은 도서뿐만 아니라 에코백, 문구류 등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갑을 활짝 열게 만드는 물건들이 있어서 좋다.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은 서점에서 CD가 있는 코너에 오래 머무를수도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외국서점에 가도, 책으로 가득한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좋다. 책에는 이렇게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전자책도 읽고 종이책도 읽는다. 원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착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자책은 가볍고 얇고 어두운 곳에서도 읽을 수 있고 와이파이만 되면 얼마든지 새로운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놀라운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이상하게도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은 부족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책 표지, 종이의 질감, 책의 두께, 냄새 그 모든 것들까지도 함께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구류에 환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이 너무 좋은 나머지 책이랑 비슷한 것까지 좋아하게 된 거다. 책은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다. 책 <오늘도, 무사>는 우리를 다정한 책들이 가득한 작가의 책방 '책방무사'로 데려가주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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