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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요조 < 아무튼, 떡볶이> 리뷰

by 티라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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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아무튼, 떡볶이> 리뷰

아무튼 떡볶이

책 <아무튼, 떡볶이> 리뷰

요조의 에세이를 또 또 읽었다. 요조는 아무튼 시리즈에서 떡볶이를 맡았다. 나도 떡볶이를 엄청 좋아한다. 그런데 음악인이자 작가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요조가, 떡볶이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특이점이다. 요리사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니고 떡볶이를 혼자 자주 만들어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 먹는 건데 말이다. 솔직히 요조만큼 떡볶이를 좋아하고 자주 사 먹는 한국인은 많다. 요조의 절친 김상희 씨도 그 예다. 김상희 씨도 충분히 떡볶이 에세이를 쓰실 수 있을 것이다. 가수 KCM은 심지어 요조보다 더 심하게 떡볶이 마니아다. 삼시세끼 떡볶이만 먹어서 보는 사람이 떡볶이에 질리게 만든다. 아무래도 떡볶이로 벌크업한 것 같다. 이렇게 떡볶이에 대해 할 말 많은 한국인은 요조 말고도 많지만, 이 책은 요조만의 갬성으로 떡볶이에 대한 단상을 엮어냈다. 그리고 요조가 그린 건 아니지만 책 표지도 너무 귀엽고 매력 터진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요조 어린이 같다.

 

책에 요조가 왜 그렇게 떡볶이를 좋아하게 됐는지 딱히 별다른 계기는 나오지 않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 나도 별다른 계기 없이 떡볶이를 엄청 좋아하니까 말이다. 요조는 가리지않고 어떤 형태의 떡볶이든 다 좋아한다고 한다. 난 쫄깃한 쌀떡, 말랑한 밀떡, 떡꼬치 같은 마른 떡, 즉석떡볶이, 국물떡볶이, 안 매운 떡볶이, 엄청 매운 떡볶이 다 좋다. 요즘은 넙적 당면과 핫도그가 들어간 국물떡볶이에 빠져있다. 배달음식의 필수템 치즈볼도 쫀득하니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으면 꿀맛이다. 무엇보다 떡볶이는 양이 많고 배부른데 저렴해서 좋다. 라면과 비슷한 느낌이다. 저렴한데 배부르고 맛있고 기분도 좋아진다. 한마디로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질리지 않는다. 떡이 들어가 있으니 밥 대신 먹기도 딱 좋고, 매콤해서 느끼하지 않아 계속 먹을 수 있다. 또, 떡볶이는 정말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어서 질릴 틈을 주지 않는다. 떡부터가 너무 다양하다. 요즘은 월남쌈 먹을 때 먹는 라이스페이퍼를 말아서 만든 떡볶이가 인기라고 한다. 예전에도 이미 두 끼인가? 그런 브랜드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떡과 소스를 이용해 자신만의 떡볶이를 끓여먹는 즉석떡볶이집이 유행이었다. 그게 벌써 6, 7년 전이다. 

 

책 <아무튼, 떡볶이>에 줄줄이 떡볶이 얘기만 계속해서 나오진 않는다. 요조의 일상에 대해서도 물론 나온다. 떡볶이에 얽힌 잔잔한 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요조만의 희한한 생각의 알고리즘도 재밌다. 조금 상처받을 수도 있는 상대방의 반응에 상처 받으면서도 일견 귀엽다고 생각하며 언제 어디서나 '인간의 귀여움'을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즐긴다. 요조는 그냥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 이런 게 아니라, 약간 츤츤대는 츤데레 같은 귀여움을 좋아한다. 누구나 귀엽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아니라 아무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 대상에게서 귀여움을 발견하고 귀여워하며 혼자 기뻐하는 요조의 모습이 왠지 조금 귀엽다. 원래 귀여운 사람은 세상이 다 귀여워 보이는 법이다. 요조도 얼굴이 막 아기같이 귀엽게 생기지 않았다. 차림새도 늘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다. 겉으로 보이는 귀여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마음속이 그냥 귀엽다. 요조는 이 세상 모든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다 사랑하는 것 같다. 원래 사랑하면 다 귀여워 보인다.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이는 건 빠져나올 수 있지만 귀여워 보이면 그 매력에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게 귀여운 요조는 너무나 떡볶이라는 음식 자체를 사랑한 나머지 이렇게까지 얘기한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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