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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김소영 < 어린이라는 세계> 리뷰

by 티라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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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리뷰

어린이라는_세계

책<어린이라는 세계>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다. 그리고 이번에 성북구 한 책 최종후보도서 4권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었다. 성북구 한 책 후보도서에는 <시선으로부터,>, <유원>, <천 개의 파랑>, <어린이라는 세계> 이렇게 네 권이 선정된 상태다. 네 개 다 너무 뜻깊고 재미도 있는 책이라 모두 읽고 리뷰도 쓰고 북토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북토크가 끝나면 며칠 뒤 독서토론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네 권다 너무 좋고 의미있는 책이라서, 정말 독서토론을 백만번 해도 모자라다. 원래 난 낯선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 않아서 도서관련행사에 절대 가지 않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다보니 오히려 접근성이 좋아져서 쉽게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김소영 작가에게는 아이가 없다. 그래서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더 이타적으로 느껴지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김소영 작가는 그냥 어린이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인권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까지 제시할 정도로 어린이 권익향상에 관심이 많다. 안타깝게도 정부 차원에서 어린이를 위해 움직이려면 서유럽 정도까지 사회주의화가 되어야 그나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이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그래서 힘이 없다. 게다가 어린이는 사회적 약자다. 그걸 나도 이 책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어린이는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라고 무시당하는 게 현실이고, 노키즈존이 그걸 증명한다. 누구나 어린이였는데, 그걸 잊고 산다. 그래서 다들 어린이의 권익에 무관심하다. 물론 아주 예전에 어린이는 사람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사람 취급을 못받았다. 자기 자식을 때리고 욕해도 괜찮은 줄 알던 시대가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아동학대라는 죄목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우리는 줄 서서 마스크를 받을 때, 어린이도 한 사람으로 취급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시대다. 김소영 작가는 단호하게, 어린이도 크기가 작을 뿐 당연히 한 명으로 카운트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는 반쪽짜리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린이는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 무시해도 괜찮은 존재가 아니다. 

약자에게 안전한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다.

 

예전에 한 인권교육에서 들었는데, 지하철에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고 할 때 가장 극심하게 반대하던 게 노인분들이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적 약자 그룹을 배려해주면 다른 그룹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김소영 작가는 말한다. 약자에게 안전한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말이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이용하고 있는 필수시설이 됐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노인은 아니지만 무릎이 안좋거나 다리를 다친 사람, 무거운 캐리어를 끄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배려해주는 건 어린이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 주소라고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현실은 노키즈존이다. 귀찮게 하는 어린이 따위 우리 가게에 오지 말라고 가볍게 무시하는 방침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노키즈존이 참 좋은 방침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린이가 아니니까 어린이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했다. 나도 예전에는 어린이였는데 말이다. 

어린이는 착하다.
착한 마음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어른인 내가 할 일은 '착한 어린이'가
마음 놓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너무 심각한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사실 이 책은 굉장히 가벼운 깃털같은 에세이다. 결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밥 먹으면서 읽어도 될 정도의 쉬운 난이도다.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를 위한 모종의 사회운동가도 아니다. 그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어린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착하고 마음이 예쁜 어린이를 만나면 괜히 미안해진다. 내가 어른스럽게 더 다정하게 대해줘야 하는데 어린이가 나를 더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에 감동한다. 그리고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김소영 작가는 가끔 상처주는 어린이를 만나면 화내지 않고 최대한 어른스럽게 대처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독서교실 어린이들은 선생님이 '착하다', '혼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린이도 사람이다. 반쪽짜리 사람이 아니라 엄연히 한 명의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혼낼' 권리는 없다. 누구나 혼나면 기분이 상한다. 부드럽게 타일러도 충분히 알아듣는다. 타일러도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고, 혼내도 못알아듣는 사람은 못알아듣는다. 괜히 서로 사이만 안좋아진다. 사실 화를 내지 않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김소영 작가는 반쯤 부처인 것 같다. 오히려 김소영 작가는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어린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다. 

어린이들에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아는 것이 저의 큰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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