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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금정연 < 아무튼, 택시> 리뷰

by 티라 202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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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작가의 <아무튼, 택시>를 읽었다. 나는 아무튼 시리즈가 좋다. 일기 쓰듯이 편안하게 진행되지만, 뭔가 확실한 한 가지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택시는 택시를 좋아하는 30대 중후반 기혼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택시 요금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서 응급실 실려갈 정도가 아니면 절대 타지 않았는데, 이제는 택시 요금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택시는 웬만하면 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작가 금정연 씨는 택시를 밥 먹듯이 탄다.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작가는 어디론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택시 자체가 좋아서 탄다고 한다. 운전을 싫어하는 사람은 택시 탑승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남이 운전해주는 게 좋은 거다. 나도 운전을 싫어한다. 하긴 운전을 좋아하는 게 독특한 사람이긴 하다. 운전은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무릅쓰는 일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택시는 금정연 작가의 택시에 대한 단상을 모아놓은 책이다. 하지만 '택시'라는 소재를 핑계로 결국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시스템(?)이 좋다. 택시라는 삽을 통해 작가라는 보석을 발굴하는 기분이다. 금정연 작가의 엠비티아이는 확실히 제이는 아니다. 그는 흘러가는대로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것 같다. 왜냐면 택시를 타고 새로운 경로로 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금정연 작가는 택시요금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개나 줘버린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도 이 책의 인세의 대부분은 택시 요금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당당하게 적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일하는 마음가짐이니까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시리즈는 예능 유퀴즈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내서 좋다. 아무튼, 택시도 그런 책이다. 택시 이야기 하면 단연 택시기사가 풀어놓는 인생 이야기가 제일 재밌다. 근데 요즘은 택시기사에도 평점을 메길 수 있어서, 99%의 기사님들은 내릴 때까지 한마디도 쓸데없는 말을 하시지 않는다. 평점이 낮아질까봐 그런 것 같다. 99%의 확률로(내가 택시를 자주 안타긴 하지만) 내부도 굉장히 쾌적하고 흠잡을 데가 없이 완벽한 상태다. 마치 방금 세차를 마치고 나에게로 달려온 것 같은 택시도 있다. 그렇지만 딱 한번, 최근에 불쾌했던 택시 경험이 있다. 카카오로 잡았는데 잘못 걸린 것 같았다. 그 이상한 할아버지는 커다란 목청을 자랑하며 일장연설을 내릴 때까지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네네 하며 우리가족 모두 잘 들어드렸는데 가면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나중에는 아무도 대꾸를 안할 지경까지 갔다. 어떻게 보면 불쌍한 할아버지다.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오죽 없으면 그럴까 싶었다. 나는 그런 노인이 되지 말아야지 했지만, 왠지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지난 세월에 대해 할 얘기가 산더미처럼 쌓일텐데,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젊은이들 얘기가 재밌지. 그러니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근데 아무튼, 택시에 택시기사들의 평균 수입이 550만원이라고 정확하게 나온다. 정말일까? 하루종일 운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다. 택시기사들은 참 좋겠다. 그래도 택시기사가 되고싶지는 않다. 나는 운전이랑 정말 안맞고 심지어 길치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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