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작가의 에세이 <찌질한 인간 김경희>를 읽었다. 대부분 이런 글들은 겉으로만 찌질한 척하고 알고보면 엄청 멋지고 대단한 사람들이 우리를 기만하고 있어서 이 책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김경희 작가는 진짜 찌질하다. 혹시 책만 이런건가 싶어서 인스타그램도 찾아가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김경희 작가는 책 <찌질한 인간 김경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김경희는 매우 찌질한 인간이다. 힙하고 멋지고 잘나가는 유형의 인간은 절대 아니다. 겉으로는 착한 척 순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남을 욕하고 부러워하는 전형적인 찌질이다. 근데 그게 인간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찌질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찌질한 인간 김경희>는 매력적인 책이다. 어쩌면 나도 찌질한 인간이라서, 나보다 더 찌질한 인간을 찾아헤매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더 찌질해보이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진심으로 위로받았다. 그래, 나보다 훨씬 더 심한 사람이 여기 있어!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아. (김경희 작가가 이 글을 설마 보진 않겠지)
김경희 작가가 안찌질한 척, 힙하고 멋있는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꺼내보였기 때문에 <찌질한 인간 김경희>을 읽고나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만약 겉으로는 괜찮은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글이었다면 나는 위로받지 못하고 기분만 안좋아졌을 것이다. <찌질한 인간 김경희>가 멋있고 잘나가는데 괜히 찌질한 척하면서 찌질함마저도 가로채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인싸들이 아싸인 척하면서 아싸들의 아싸갬성마저 빼앗아간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김경희 작가는 양심적인 인간이라서 그러지 않는다.
사실 김경희는 안찌질하다. 자신의 못난 마음만 모아모아 <찌질한 인간 김경희>를 펴냈기 때문에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아주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찌질한 인간 김경희>의 작가는 밥을 떠먹여주는 회사를 뛰쳐나와 스스로 밥을 짓는 인간이 되었다. 한마디로 회사원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사람 중 하나다. 프리랜서가 되고나서 작가는 쥐꼬리만하게 보이던 월급이 최홍만처럼 보인다고 실토한다. 이건 사실 작가의 다른 책 <회사가 싫어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은 짤막한 시로 구성돼 있어서 순식간에 다 읽었고 딱히 어떻게 리뷰해야할지 몰라서 넘어간 책이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나서도 어마어마하게 큰 위로를 받았다. 나만 회사가 죽도록 싫은 게 아니구나,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김경희 작가는 남을 위로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책방을 운영하는 것보다 강연을 다니는 편이 오히려 더 적성에 맞을 수 있다. 자신의 찌질함을 널리널리 전파하면서 말이다.
'책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다솜 <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리뷰 (0) | 2023.06.27 |
---|---|
최아름 < 어떻게 아빠랑 단둘이 여행을 가?> 리뷰 (0) | 2023.06.25 |
허은정 <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 리뷰 (0) | 2023.06.18 |
금정연 < 아무튼, 택시> 리뷰 (0) | 2023.06.16 |
양다솔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리뷰 (0) | 2023.05.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