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솔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리뷰
양다솔 작가의 에세이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읽었다. 추천사에는 양다솔 작가가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친구로 묘사되어 있었으나, 책에서 양다솔 자신은 그냥 미친사람 같았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유쾌하고 활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겉으로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일수록 알고보면 내면은 썩어문드러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강사 김미경은, 누구나 자신만의 밑바닥과 꼭대기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에게는 꼭대기만 보여주고 밑바닥은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책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읽어보면 양다솔 작가의 밑바닥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서 작가는 정말 말 그대로 위험천만하게 좌충우돌하는 청춘 그 자체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어서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특이한 면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것도 에세이에 진득하게 그려냈다. 작가의 아버지는 정말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고, 어머니는 열심히 살긴 하지만 늘 엉뚱한 방향으로 힘을 쏟는 바람에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어쩌면 평범한 대부분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방향감각을 상실하거나, 욕심을 내려놓다못해 방랑해버리는 삶 말이다. 속세의 욕망에 집착하지도 않고, 다 내려놓고 포기하지도 않는, 그 중도를 지키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지만 쉽지는 않다. 욕심을 버리다보면 허무주의에 빠져서 만사에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욕심을 내면 낼수록 완벽한 결과에 집착하게 되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읽다보면 짜증이 난다. 사람을 열받게 하는 방법 두가지 중 첫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서도 여러 단편들이 나오는데 서로 전혀 이어지지 않아서 짜증난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나도 열린결말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건 너무했다. 이건 열린 결말이 아니라 그냥 쓰다 만 글일 뿐이다. 양다솔 작가는 앞으로 좀 책임감을 갖고 글을 마무리하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 나도 인생을 대충 아무렇게나 살자고 생각하지만, 양다솔 작가의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정말 아무렇게나 쓴 책이다. 거의 일기장 몇 년치를 대충 짜깁기한 것 같다. 그런데 뭔가 결말도 딱히 없고 중구난방이다. 기욤 뮈소를 떠올리게 하는 탄탄한 인물 묘사와 스토리 전개력 덕분에 읽을 때는 재밌지만, 마무리가 찝찝하다. 뭐든 마무리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명품도 마감 처리가 깔끔하다는 것이 짝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명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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