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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허은정 <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 리뷰

by 티라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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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허' 허은정 작가의 에세이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를 다 읽었다. 책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 풍경에 바로 책을 골라버렸다. 책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는 프랑스에 정착한 한국인이 쓴 에세이이자 프랑스 시골풍경을 가득 담은 사진집이다. 글만큼 알차게 사진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첫페이지부터 다시 펼쳐보게 된다. 흔히 프랑스 여행 하면 파리여행만 떠올리는데, 서울이 대한민국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프랑스도 파리가 전부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오히려 파리를 뺀 나머지 부분이 진짜 프랑스의 얼굴이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우리나라 시골도 아름답지만, 프랑스나 영국의 시골은 유럽의 예전 모습이 많이 보존돼 있어서인지 정말정말 너무너무 예쁘다. 그래서 책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를 읽다보면 방구석에서 프랑스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작가가 에세이 속에서 어떻게 프랑스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만났고 어떤 시간들을 보내는지도 알차게 묘사해줘서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된다. 

 

책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는 단지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을 즐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허은정 작가가 불어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무작정 프랑스에 정착하는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책이다. 게다가 멀쩡한 집도 아니고 다 무너져내리는 160년 된 집을 산다. 게다가 허은정 작가는 자유로운 미혼도 아니고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중년에 안정된 주거지를 박차고 나오는 열정을 보여준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누가 봐도 완전 미친 짓인데 그걸 저지른 게 바로 허은정 작가다. 그래서 뭔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다. 작가 스스로도 책에서, 아직까지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원래 신중한 사람은 추진력이 없다. 조금은 덜 신중하고 경솔한 사람이 강한 열정과 추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상황에 따라 때로는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된다.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에서는, 신중함보다는 추진력을 강하게 발휘해서 인생을 헤쳐나가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에세이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를 읽고나면 자연스레 프랑스 시골마을에 가보고 싶어진다. 근데 정착하고 싶진 않다. 왜냐면 작가가 정착을 너무 힘들게 해서 그 과정을 읽고나면 그렇게 된다.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작가의 말에는 격하게 동의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인을 좋아하고 한국에 호의적이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라라서 그럴수도 있다. 옛날부터 모든 한국드라마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러브라인이 나오는 걸 보면, 한국인들도 은근히 로맨틱한 감성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유명한 드라마 작가 김은숙 님의 작품들에도 항상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는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프랑스 시골마을에 있는 오래된 성, 고성, 그게 '샤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인테리어 예쁜 카페 여행을 좋아하는 것처럼, 작가도 인테리어에 진심이다. 프랑스 고성이니까 집 주변 풍경도 유럽스럽고, 집 자체도 아름다운 성이고, 집 안에도 루이16세 시대의 감성이 가득하다. 실제로 작가는 집을 비우는 기간 동안 여행자들에게 대여해준다고 한다. 그 정도로 환상적인 궁전 같은 집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멋지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작가는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에서 솔직하게 지금의 심경을 밝힌다. 아직까지도 작은 공사와 수리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언제 어디가 무너질지 몰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고 말이다. 근데 이건 뭔가 고양이 키우는 사람의 변명과 닮아있다. 언제 고양이가 사고치거나 병에 걸릴지 몰라 불안하지만 귀엽고 예쁘니까 그냥 키우는 느낌과 닮았다.

 

인생은 항상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기 마련이다. 작가가 누가 봐도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궁전 같은 집을 얻는 대신 잃은 것도 많다. 엄청난 공사비와 험난한 집 구매과정도 있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분도 내려놓았다. 작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기숙학교에 딸을 보내지만 딸은 엉엉 운다. 허은정 작가의 딸은 평범한 학창시절은 보낼 수 없다. 근데 어차피 한국 10대들이 치르는 입시지옥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걸수도 있다.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평화롭게 슬슬 학교 다니다가 혹시나 취업이 안되더라도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유튜브나 책을 통해 공유하면서 돈을 벌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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