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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에쿠니 가오리 < 홀리 가든> 리뷰

by 티라 2021.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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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홀리 가든> 리뷰

홀리_가든

 

책 <홀리 가든>은 일본 소설가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로맨스 소설 작가를 좋아하는데,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며칠동안 내내 그 카페에 다니면서 읽었다. 카페 분위기도 책에 어울리는 차분한 느낌이다. 로맨스 소설이나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으로 유명하지만, <도쿄타워>라는 책도 추천하고 싶다. 인물과 사건, 장소만 달라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느낌이 굉장히 닮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원두가 내 취향인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도 맛있고 라떼도 맘에 드는 것처럼.

 

***

 

주인공만의 독특한 사랑 방식

주인공 이름은 가호다. 일본 여자이름 중에 '코'나 '호'로 끝나는 이름이 꽤 있다. '코'는 좀 흔한 느낌인데 비해 '호'는 중성적이면서도 귀여운 느낌이라 좋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가 들어가는 이름을 선호하지 않아서, 주인공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가호의 연애방식도 별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는 술술 읽혔다.

 

가호는 5년 전 사랑했던 남자 쓰쿠이와의 추억에 매달려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계속 밀쳐낸다. 근데 정말 재밌는 점은, 쓰쿠이는 가호에게 자신이 유부남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사실 그는 미혼이라는 점이다. 매력을 잃을까봐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어느 웹툰에서도 일본인 여자 주인공이 노처녀라고 하면 매력을 잃을까봐 언니의 결혼반지를 끼고 기혼인 척 연애를 시작했다는 내용이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결혼을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결혼을 못한 채로 나이가 많아지면 혼자 괜히 낙오자라고 생각해서 민망해한다. 그렇다고 미혼인데 기혼이라고 거짓말까지 하며 연애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만약 거짓말을 들키게 되면, 연애하던 상대방은 불륜이 아니라서 안도하게 될지, 아니면 불륜이 주는 스릴감이 사라져서 실망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책에서 쓰쿠이는 가호의 추억 속 인물로만 등장하고 아무 대사도 없지만, 그 존재감은 읽는 내내 강렬하게 살아있다.

 

쓰쿠이는 못생기고, 돈도 없고, 나이도 많은 남자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가호가 몇 년 째 잊지 못하는 남자다. 참고로 가호는 서른, 쓰쿠이는 마흔 중반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소설 <도쿄타워>에서는 마흔 중반의 여자와 이십 대 남자의 불륜이 등장하는 걸로 봐서 작가가 특별히 나이 많은 남자와 어린 여자의 불륜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건 아닌 것 같다. 소설 마지막에 일본인 편집자와 한국인 번역가의 감상평이 나오는데, 그들은 작가가 사회적으로 흔치 않은 경우의 연애를 평범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가호는 자신이 쓰쿠이를 잊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스물다섯의 나카노와 사귀게 된다. 사실 가호는 쓰쿠이를 잊은 게 아니라 가호의 일상 속에 자연히 스며들게 된 나카노와 함께 살게 된 것뿐이다. 엄청난 친화력의 연하남 나카노는 가호의 절친 시즈에까지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서 셋이 소풍도 간다. 그 소풍이 가호의 마음을 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걸 보니 나카노가 무턱대고 추진해서 얼떨결에 간 소풍이 의외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가호의 절친 시즈에는 마흔 중반의 유부남 세리자와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둘은 가끔 만나서 식사하고 여행을 다니며 엄청난 만족감을 느낀다. 불륜임에도 시즈에는 불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오래된 커플 특유의 안정감과 지루함까지 느끼면서 마음껏 사랑을 한다. 가끔 쓸쓸함을 느끼는데, 아마 마음 속으로는 불륜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시즈에가 진심으로 의지하는 사람은 가호인데, 가호는 전남친과의 추억에 빠져 다른 곳에는 별 마음이 없지만 희한하게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저녁마다 집으로 놀러오는 여자 친구들도 있고, 가끔 데이트하는 남자들도 있다.

 

이렇게 제멋대로 살아가는 가호에게도 언니와 조카가 있는데, 조카가 가호의 안경을 따라 쓰는 에피소드 외에는 언니와 조카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역자의 평에는 이런 스토리상 불필요한 부분이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매력이라고 한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 사람의 인생이 구석구석 묘사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시즈에는 수영을 좋아하는 남친을 따라서 수영을 시작하고, 건강을 위해 매일 단백질로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는데 이런 식의 묘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다.

 

***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액티브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브이로그를 보듯이 시간을 고요하게 흘려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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