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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엘레나 페란테 <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리뷰

by 티라 202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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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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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책의 서술자 '레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1권 나의 눈부신 친구,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와 달리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릴라보다는 레누의 인생에 더 비중을 둔다. 1권과 2권은 레누가 아니라 릴라가 주인공인가 헷갈릴만큼 릴라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3권에는 레누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 게다가 레누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레누가 피에트로 아이로타에게 청혼받은 순간부터 니노와 불륜을 저지르고 헤어지자고 말하는 장면까지가 이 책이 다루는 범위다. 1권은 학창시절, 2권은 10대 후반에 결혼한 릴라의 인생이 파탄나는 이야기, 3권은 릴라의 인생이 힘겹게 회복되는 동시에 레누의 인생이 파란만장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다. 3권에서도 정말 많은 반전들이 있다. 제일 충격적인 건 역시 니노와 레누의 불륜이다. 레누가 솔로였으면 모를까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도 니노를 만나 눈이 뒤집혀 불륜을 저지른다. 사실 처음부터 불안한 요소가 있었다. 레누는 피에트로에게 청혼받은 날조차 니노를 만나자 유혹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릴라가 스테파노와 결혼했던 것처럼, 레누도 피에트로에게 별로 끌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조건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해버린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 없는 결혼은 지속되지 못한다. 둘의 결혼을 불륜으로 이끈 건 기묘하게도 같은 남자다. 니노는 레누에게, 릴라와 바람피웠을 때 릴라에게서 보았다고 착각했던 매력은 사실 레누의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레누를 유혹하기 위한 거짓말인가 싶었는데 진짜로 니노가 자신의 가정을 파탄내고 레누에게 온 걸 보면 진심인건가 싶기도 하다. 

 

책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떠나간 자'가 레누고, '머무른 자'가 릴라다. 릴라는 고향 나폴리에 머물렀지만 레누는  피사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나폴리를 떠났고 졸업 후 결혼해서도 피렌체에 정착한다. 남편 피에트로가 피렌체 대학의 교수이기 때문이다. 니노는 나폴리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레누는 마음 속으로 계속 니노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다 니노가 손길을 내밀자 거부하지 못하고 불륜에 빠진다. 전에 피에트로의 친누나 '마리아로사'는 레누가 1년만에 이혼하고 떠나버릴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이렇게 애까지 둘씩 낳고 계속 같이 살 줄 몰랐다고 말해 레누를 비참하게 만든다. 실제로 레누는 남편과의 부부관계에서도 전혀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대화도 통하지 않아 좌절한다. 레누는 피에트로가 자신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아내이면서 동시에 뚜렷한 의견 없이 마냥 순종적인 아내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겉으로는 상냥하고 교양있는 남편이었지만 알고보니 자존감 낮은 위선자였던 것이다. 반대로 니노는 순종적이지만 멍청한 여자 '엘레오노라'와 돈만 보고 결혼한다. 그러나 늘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갈구하던 니노는 머리에 든 게 없는 아내와의 결혼생활이 괴로웠던 것 같다. 차라리 피에트로와 엘레오노라가 만났더라면 양쪽 다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반대의 매력을 지닌 사람에게 끌리는 법이다. 막상 결혼하고 뚜껑 열어보면 후회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니노와 레누의 사랑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깨끗하게 이혼한 뒤에 사랑을 나누는 게 맞다. 이미 불륜을 저지르고 나서 고백하는 것과 미리 정리하고 평탄하게 사랑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레누와 니노의 불 같은 사랑은 분명 잘못됐다. 4권에서는 이들의 사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제목이 잃어버린 아이라는 게 뭔가 불길하다. 레누의 아이 데데와 엘사가 잘못되는 걸까, 아니면 릴라의 아이가 잘못되는 걸까. 참고로 3권에서 릴라는 비참한 공장생활을 청산하고 컴퓨터 기술을 익혀 엔초와 함께 수십만 리라의 연봉을 받는 회사 임원급으로 거듭난다. 그것도 사실 레누의 시어머니 '아델레'의 인맥 덕분이지만 말이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상냥하고 젊고 집안도 훌륭한 대학 교수 남편을 둔 레누의 결혼생활이 왜 파탄났는지를 알려주는 게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큰 흐름이다. 그 외에도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파시스트와 공산주의 내용이라 잘 이해는 되지 않았다. 분명한 건 굉장히 과격하고 폭력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가 답이다. 극단적인 양극화는 사회적 분열을 가져오고 어떤 체제든 그 안정성을 흔들리게 만든다. 최근 중국 정부도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정책적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 복지정책은 사람들이 불쌍해서 하는 게 결코 아니다. 기득권이 자신이 가진 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책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다보면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완전 새옹지마다. 부잣집 사모님이 된 릴라는 한순간에 거지꼴이 되었다가 다시 엄청난 연봉을 받는 임원이 된다. 우중충한 공부벌레로 살다가 대학에 가서 활개치고 다니다 최고의 신랑감을 만나 확실한 신분상승을 한 것 같던 레누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한다고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 스토리다. 결국 내 손으로 일구지 않은 인생은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릴라도 컴퓨터 기술을 공부해서 자기 힘으로 경제력을 확보하고, 레누도 진짜 자신이 쓰고 싶은 글로 책을 써서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할 것 같다. 인생은 이렇게 일으켜세우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이 진정한 행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다만 릴라는 미켈레가 운영하는 회사로 들어갔다는 한계가 있다. 미켈레는 유부남인데도 릴라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미켈레에게 당할 릴라는 아니다. 그래서 미켈레가 더 빠졌을수도 있지만 말이다. 드디어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 4권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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