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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정유정 < 완전한 행복> 리뷰

by 티라 2021.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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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완전한 행복> 리뷰

완전한_행복

책 <완전한 행복>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이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소설 <7년의 밤>도 기억이 난다. 두 소설 모두 결말이 그닥 속이 후련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정유정 작가는 책 <완전한 행복>에서 권선징악보다는 호러와 추리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극악무도한 악당 '신유나'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트라우마를 만들어주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고통없이 깔끔하게 자살한다. <7년의 밤>을 읽고서도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도 고구마가 해결되지 않아 답답한 기분이 있다. 소설인데 대리만족을 느낄수가 없다. 현실에서는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분노가 치밀더라도 소설에서만큼은 시원하게 벌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정유정 작가는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이런 심리상태를 가진 인간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아있는 착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입가심도 양치도 못하게 하는 기분이다.



비록 결말은 애매하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 있다. 책 <완전한 행복>에서 유나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칼로 썰고 민서기와 믹서기로 갈아서 늪에 사는 오리들에게 먹이로 준다. 그러나 딸 지유에게는 사람이 아니라 돼지고기라고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어린 딸에게 들키고서도 태연하게 꿈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은 사이코패스라고 확신했는데, 작가의 말에서는 나르시시스트라고 정의한다. 하긴 사이코패스는 재미로 살인을 하지만 유나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살인을 한다. 책 제목인 '완전한 행복'은 유나가 살인을 비롯한 온갖 범죄행위를 당당하게 합리화하는 훌륭한 핑곗거리다. 완전한 행복을 갖기 위해 그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은 철저하게 짓밟는다. 나만 행복하면 다른 사람은 불행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세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이다. 자신의 남편, 부모, 자식이 불행한데 어떻게 본인만 행복할 수 있을까. 결국 유나를 사랑하게 된 남자들은 차례차례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아무리 상대방을 사랑해도 철저하게 자신을 부서뜨리고 여자의 행복만을 위해 복종하려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책 <완전한 행복>에서는 나르시시즘의 극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유나는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걸 못마땅해하고 아예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한다. 결국 그는 충분히 행복할 수도 있었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파괴한다. 할머니가 집과 땅을 물려주지만 그곳을 살인의 장소로 사용한다. 아버지가 회사를 물려주지만 팔아버린다. 언니가 자기 자식을 따뜻하게 보살펴주지만 그런 언니를 자신의 것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도 여러 번 만나지만 계속해서 불만과 짜증 투성이다. 그러면서 어이없게도 그는, 자신은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매번 참 운이 없다고 말한다. 마음을 열고 남을 배려하며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마음으로 살았다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 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말이다. 책 <완전한 행복>은 다 읽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펼쳐보게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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