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리뷰
책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작가 '하퍼 리'의 데뷔작인 동시에 히트작이 된 소설이다. 책 <앵무새 죽이기>는 꽤 오래 전 작품이지만 여전히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책 <엉클 톰스 케빈>처럼 대놓고 인종차별을 다루지는 않지만, 미국의 한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다루며 자연스럽게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준다. 책 <앵무새 죽이기>는 메이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자전적인 면도 들어가 있다고 한다. 작가의 아버지가 변호사였는데, 책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스카웃(나)'과 '젬(오빠)'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도 메이콤 군의 정의로운 변호사다. 애티커스는 자녀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모두가 꺼려하는 흑인 변호를 맡게 된다. 책 <앵무새 죽이기>의 제목과 큰 흐름은 모두 메이콤의 어느 성실한 흑인 '톰'의 변호와 관련되어 있다.
책 제목 '앵무새 죽이기'의 의미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그저 노래만 부르는 새 '앵무새'는 아무 이유없이 죽이면 안된다는 의미이다. 당시 흑인들은 이유없이 죄인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래서 메이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쓰레기 취급할 정도로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는 '유얼' 집안 사람들조차 백인이라는 이유로 성실하고 착한 흑인 '톰'보다 법적으로 우위에 있게 된다. 밥 유얼의 딸 '메이엘라 유얼'은 자신이 먼저 가정이 있는 유부남 흑인에게 키스해놓고, 톰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당당하게 거짓 증언을 해서 톰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게 만든다. 당시 미국 판사는 최종 판결권이 없었고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주인공의 아버지 애티커스의 변론을 듣고 유얼 집안보다 흑인 톰의 증언이 더 믿을만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단지 백인이라는 이유로 메이엘라 유얼의 손을 들어준다. 이 사건은 실제 사건에 기반한 이야기라고 한다.
책 <앵무새 죽이기>는 편견에 맞서는 책이다. 흑인에 대한 편견 뿐만 아니라 가난한 백인에 대한 편견,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소외된 히키코모리에 대한 편견까지도 깨부수려고 한다. 책 <앵무새 죽이기>에는 '부 래들리'라는 래들리 집안도 많이 등장한다. 원래 이름은 아서 래들리다. 아서는 특정 사건으로 망신을 당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여생을 보내는 히키코모리다. 항상 집 안에서 창문 틈으로 마을 구경을 하는 외로운 사람이다. 부 래들리는 창밖에서 주인공 스카웃과 젬, 그리고 그들의 친구 '딜'이 함께 뛰노는 장면을 매일 봤나보다. 그래서 스카웃과 젬이 위기에 처한 순간 그들을 구해준다. 거짓 증언을 한 재판에서 백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승소했고 죄없는 톰을 교도소에 보낸 뒤 결국 톰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은 '밥 유얼'은 깜깜한 한밤중에 칼을 들고 애티커스 변호사의 자녀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이를 본 아서 래들리 씨가 스카웃과 젬을 보호해주었고, 밥 유얼은 술에 취해 넘어지면서 자기 칼 위로 엎어져 즉사한다. 이와중에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정의롭지 못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일념 하나로 애티커스 변호사는 자신의 아들 젬이 혹시라도 밥 유얼과 몸다툼하던 와중에 그를 찔러 죽인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해소하고자 애쓴다. 그러나 메이콤 마을 보안관 '헥 테이트' 아저씨는 필사적으로 젬을 변호하며 애티커스에게 제발 아들에 대한 의심을 거두라고 호소한다. 그래서 사건은 잘 마무리되고 책 <앵무새 죽이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백인들에게는 말이다. 흑인 톰은 결국 교도소를 뛰쳐나가다가 교도관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가 정말 뛰쳐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굉장히 선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그가 탈옥했다는 것도 사람들의 입소문에 불과했다.
책 <앵무새 죽이기>에서 '앵무새'는 바로 '톰'을 상징한다. 그는 메이엘라가 잔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그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줬을 뿐인데, 외롭고 무식했던 메이엘라가 그를 덮치고 이후 창피함에 그를 성범죄자로 몰아가는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됐다. 당시 분위기로는 백인과 흑인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무조건 백인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재판이 시작하기 전부터 아니 메이엘라가 자신을 덮쳤을 때부터 이미 톰은 자신이 곧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책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가 일부러 극적으로 설정한 것 같긴 하지만, 심지어 백인 집안은 정말 누가봐도 최악인 집안이었는데도 배심원들은 백인 손을 들어준다. 평소 땀을 절대 흘리지 않는 애티커스 변호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론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래서 톰이 아무 잘못이 없고 메이엘라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배심원들은 인종차별에 의한 편견을 끝내 깨지 못하고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당시 얼마나 인종차별이 극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게다가 흑인의 변론을 맡았다는 이유로 애티커스 변호사는 깜둥이 애인이라고 조롱받고 그의 자녀들까지 모욕당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애티커스는 메이콤의 백인 아저씨들에게 위협당하기도 했다. 흑인의 재판을 맡지 말라는 것이다. 백인들은 한번 흑인의 손을 들어주면, 선례가 생겨서 다음번에도 흑인이 이기고 백인이 지는 일이 계속해서 생길까봐 끝내 죄없는 앵무새 톰이 사형 선고를 받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판례가 아주 중요해서, 재판이 판례에 좌우될 확률이 크다고 한다. 이렇게 책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이 되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악랄한 일도 아무렇지 않게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애티커스는 재판에 질 걸 알면서도 끝까지 노력했다. 그 이유는 이렇게 한걸음씩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걸음마를 시작해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책 <앵무새 죽이기>에서 메이콤 군의 모든 주민들이 다 성실하게 교회에 다니지만, 내가 보기엔 애티커스만이 '모든 이는 평등하다'라는 기독교 정신을 진정으로 실천한 유일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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