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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매트 헤이그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리뷰

by 티라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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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리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리뷰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말 그대로 밤 열두 시에만 열리는 도서관 이야기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인공 노라는 자신의 인생이 쓰레기 같다고 여기고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지만, 세상을 등지는 대신 삶과 죽음의 중간지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도착한다. 그리고 수많은 평행우주들에서 수많은 노라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인생들이 한권의 책이 되어 도서관에 정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놀라운 건, 남의 인생을 체험판처럼 잠깐씩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겉모습은 같은 '노라'지만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노라는 온갖 삶을 다 살아본다. 그러나 온전히 내 힘으로 이룬 인생이 아니기에, 만족감도 허공에 붕 뜬 듯 공허하기만 하다. 결국 노라는 원래 인생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노라가 쓰레기처럼 내던지려고 했던 그 인생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비슷한 이야기는 많다. 평행우주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도 있고, 꿈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어떤 사람이 꿈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살 수 있는데(마치 고전소설 구운몽처럼), 아무리 완벽한 인생들도 무한히 되풀이하다 보니 지루해져서 하나씩 삶의 장애물을 추가하다가 결국에는 우리가 지금 사는 인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도 마찬가지다. 록스타의 삶, 스포츠 스타의 삶, 행복한 한 가정의 어머니의 삶 등 계속해서 새로운 인생을 체험하지만 결국 자신의 원래 인생으로 돌아간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나오는 도서관 사서는 사실 '신'을 상징하는 것 같다. 신이 딱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수많은 인간들이 무수히 많은 평행우주 속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들을 하며 사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관조하는 존재가 바로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사서다. 그리고 노라에게는 이 신비한 세계가 도서관의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우연히 만난 같은 처지의 남자 '위고'에게는 비디오가게로 보였다고 한다. 결국 도서관 사서는 진짜 사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며 우리를 깨닫게 만드는 초월적인 존재로 보인다. 또는 우리의 무의식일수도 있다. 사서는 노라에게, 자신은 노라의 마음 속에 있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생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인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4분의 3이 죽어 있는 상태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교훈은 '사랑'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랑이다. 주인공 노라는 아무리 완벽하고 좋은 인생도 사랑하는 사람들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완벽한 배우자, 사랑스러운 자녀와 반려동물, 넓고 깨끗하고 아늑한 집과 든든한 직장,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된 신체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게 없는 인생도 내팽개치고 노라는 원래 인생으로 돌아간다. 이 글만 보면 아니 도대체 왜? 싶겠지만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어보면 노라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라가 원래 인생을 버리고 새 인생으로 넘어갔다면 겉으로는 만족했겠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하나하나 쌓아올린 삶을 버리고 남이 쌓아올린 인생에 뛰어들려니 오히려 자존감이 무너졌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평행우주 속 얼굴만 같고 전혀 다른 사람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인생을 귀하게 여기자고, 그리고 내가 베푼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의 인생을 달라지게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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