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즈키 린타로 <요리코를 위해> 리뷰
책 <요리코를 위해> 리뷰
책 <요리코를 위해>는 일본 추리소설이다. 일본소설 특유의 감성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그 결말의 기괴함에 마음이 불편해질수도 있지만, 나는 워낙 일본소설을 즐겨봐서 이미 면역이 돼서 그런지 정말 너무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해리포터 이후로 처음으로 밤새워 읽었을 정도다. 그만큼 전개도 빠르고 반전도 많아서 지루함 없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제목에 요리코가 나오지만, 막상 책 속에서 요리코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대신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요리코의 주변인물이며, 요리코를 위해 나름의 행동들을 취한다. 그 모든 것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전개가 알수없는 방식으로 요동친다. 그래도 솔직히 살짝 예감은 했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유의 감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말이 예측가능했다. 요리코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살짝 감이 왔다. 그래서 작가는 최대한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기 위해 반전을 엄청 많이 설치해두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휘둘리다가 마지막에 가서 결말을 보자 아, 역시 첫 예감이 맞았구나 싶다. 그래도 에이 뭐야 처음부터 뻔한 결말이네 하는 식의 소설은 절대 아니다. 작가도 독자들이 예상치못한 결말을 만들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전하고 있으니까 믿고 봐도 좋다.
미리 말해두지만 책 <요리코를 위해>는 배드엔딩이다.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해피엔딩을 매우 좋아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본다면 100% 확률로 크게 실망할 것임을 경고해둔다. 요리코의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는 살해당한 딸, 요리코의 복수를 위해 요리코를 임신시킨 학교 선생 히이라기를 살해하고 자살기도를 한다. 그리고 유언장에 히이라기가 요리코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적어둔다. 그러나 알고보니 히이라기가 아니라 니시무리 유지 본인이 범인이었다. 14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는 하반신을 잃고 유산을 한다. 니시무라는 그 사고의 원인이 요리코에게 있다고 책망하지만, 사실 본인도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냥 우연히 일어난,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러나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의 무게에 짓눌린 니시무라 유지는 어린 요리코를 탓해버린다. 그는 그런 슬픔을 이겨내기엔 너무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인과 자살을 동시에 저지르고 경찰을 속일 생각까지 하는 걸 보면 다 핑계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정신머리를 가진 인간이다. 아무튼 니시무라 유지의 거짓 유언장은 사설탐정 '린타로'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진다. 그러나 의리 있는(?) 린타로는 니시무라 유지가 비밀을 지키고 자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사는 자살을 방조한 그를 나무라지만, 니시무라 유지는 자신의 부끄러운 민낯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보다는 명예로운 죽음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택했을 것임을 린타로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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