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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

강유원 < 숨은 신을 찾아서> 리뷰

by 티라 202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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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 <숨은 신을 찾아서> 리뷰

숨은_신을_찾아서

책 <숨은 신을 찾아서> 리뷰

당신은 내 자신의 깊은 내면보다
더 깊은 내면에 계시며  
내가 높이 도달할 수 있는 그 높이보다
더 높이 계셨습니다.  

책 <숨은 신을 찾아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 도서다. 신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렵다. 그냥 소설책 읽듯이 눈으로만 읽으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리내어 입으로 읽거나, 손으로 내용을 정리해가며 읽어야 저자의 강렬한 깨달음이 조금이나마 독자에게도 전해진다. 정답이 정해져있는 이과와는 다르게 문과는 언제나 정해진 답이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결말에 가면 숨은 신이 찾아지는 게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읽었다. 탐욕스럽게 읽었다. 신을 찾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말도 안되는 희망을 가지고 읽었다. 결국 찾지 못했다. 인간이 어딜 감히 신을 찾으려 하냐는 꾸중만 들었다. 책의 초반부터 인간은 자존감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고 말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아무리 내진설계를 열심히 해도 더 강한 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은 필연적으로 무너진다. 작가는 신의 절대적인 힘을 우주로 비유해서 설명한다. 광활하고 고요한 우주는 신비롭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면 두렵다. 우리가 응당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신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가 혼자 생각해서 말한다기보다는 여러 철학을 탐구하면서 드는 생각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그렇다면 신이 곧 우주라는 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신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주는 게 종교고, 물질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는 게 과학이라고 본다. 종교와 과학은 대립하지 않는다. 강유원 작가도 같은 말을 한다. 내가 청소년 때 본 청소년용 잡지에서도 같은 말을 봤다. 그땐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그건 바로 이 세상의 수많은 과학자들도 종교를 믿는다는 말이었다. 창조론과 진화론은 대립되므로 당연히 종교와 과학도 대립되는 이론이라고 생각했던 청소년에게는 심히 충격적이고 이해가 안되는 정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다. 답은 인문학에 있었다.

강유원 작가는 신을 믿어야 천국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신을 믿으면 복이 오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으므로 오만하지 말라고 한다. 작가에게 어떤 절망적인 사건이 닥쳤음이 암시된다. 책의 가장 처음에 그런 내용이 암시된다. 매일 기도한다고 진정한 신앙인이 아니라고 작가는 일침을 놓는다. 우리가 이렇게 하면 신과 가까워지고 저렇게 하면 멀어지는 그런 선택권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잘라말한다. 그럼 우리는 왜 신을 믿어야 하는가? 작가도 이게 궁금해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책까지 썼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이미 신 안에 있는데 그걸 깨닫기 전에는 신을 믿지 못하고, 깨닫고 나면 비로소 신앙을 갖게 된다고 한다. 즉 신은 인간이 믿든말든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그걸 깨달은 인간은 신을 두려워하며 신을 믿게 된다. 그리고 삶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당연하다. 알고보니 내 모든 말과 행동과 심지어 생각까지도 어떤 존재에게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겁나 열심히 예전 인생에서 잘못했던 모든 것들을 신 앞에 고백하고 반성한다. 그게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이다.

소크라테스는 '너의 영혼을 돌보라'고 외쳤다. 왜냐면 고대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스토아 학파)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며(에피쿠로스 학파) 살아갔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삶을 비판하기 위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이 생겼나보다. 육체적 쾌락만 좇는다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배고프면 남의 가게에 허락없이 들어가 밥을 먹고 성욕이 일면 아무나 붙잡고 풀지도 모른다. 심지어 특정 동물들은 평생 하나의 배우자만 바라본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이 아니다. 다른 동물과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문자가 생겨서? 그럼 다른 동물들은 왜 문자가 안생길까. 직립보행을 해서 두 손이 자유로워져서? 그럼 손을 쓰는 원숭이와 침팬지는 뭘까. 어느 과학자는 침팬지가 지적 장애인 수준의 의사소통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그렇다고 침팬지와 지적장애인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영혼을 돌보는지의 여부다. 그러나 마더 테레사나 나이팅게일 같은 역사적 위인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 높은 수준의 정신 수양을 통해 영혼을 돌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종교의 힘에 의지한다. 기독교는 교회에 가지 않아도 내적 수행을 통해 신에게 닿을 수 있다고 말하는 종교다. 그런데 그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으니까 성당, 교회, 수녀, 신부, 목사 등 중간자의 도움을 받는다. 신과 인간 사이를 신도 인간도 아닌 중간자 예수가 연결해준 것처럼 말이다.

세계는 우주의 티끌들의 우연한 결합이라는 걸 그대는 알지 않는가,
그대의 몸은 언젠가는 티끌로 되돌아갈 것임을 그대는 알지 않는가,
그대의 정신이 탐욕스럽게 읽고 있는 책들이
모두 한순간의 응축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신은 목사처럼 나와 별개의 다른 사람이 아니다. 신은 내 안에 있고, 목사님 안에도 있고, 수녀님 안에도 있고, 세계 곳곳에 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신 안에 있다. 신은 사람이 아니다. 하느님은 옆집 아저씨가 아니다. 영적 에너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다. 내가 이해한 '신'은 자연이고 우주다. 우리 모두는 우주 안에 있고 자연의 품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신에게 눈코입이 있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다. 신은 이 세상 그 자체고, 내 영혼 그 자체다. 내 모든 말과 행동을 지켜보는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다. 우리가 신 안에 있듯이 신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 모든 걸 알 수밖에 없다. 내가 착하게 행동하고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한다고 해서 자연재해가 나만 비껴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깨끗해질 수는 있다.

 

이 세상은 입자로 되어 있다. 작가는 우주먼지라고 칭한다. 우리는 우주먼지가 뭉쳐져서 태어났고 죽으면 다시 우주먼지로 돌아간다. 작가는, 모든 일은 다 허무하다는 걸 깨닫고 열반의 경지에 드는 것이 불교이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사랑받는 피조물인 우리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기독교라고 한다. 참 어려운 책이지만 종교와 철학 문제는 수준 높은 지식인만큼 단숨에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수없이 많이 생각을 거듭해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신을 찾는 문제는 당연히 쉽지 않다. 대신 이 책은 작고 가볍고 얇다. 책 <숨은 신을 찾아서>는 신이 어디에 있을지 궁금한 사람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김보영 작가의 소설 <미래로 가는 사람들>과, 팟캐스트로 유명했던 것을 책으로 펴낸 <지대넓얕>을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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