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달러구트_꿈_백화점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사고파는 백화점에 관한 이야기다. 난 솔직히 꿈을 잘 꾸지 않고, 꾸더라도 현실과 똑같거나 버스를 잘못 타는 꿈을 주로 꿨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난 모험심이 없고 소심해서 꿈을 사지 않고 그냥 잠만 잤던 것이다. 꿈 쇼핑을 해야 재밌는 꿈을 꿀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나도 재밌는 꿈 꿔봐야지 하고 결심했더니 진짜 엄청나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을 하는 꿈을 딱 한번 꿨다!! 정말 너무나도 멋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경이었다. 딱 내가 원하던 꿈이었다. 과연 백화점에 꿈 값이 잘 지불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더니 그런 멋진 꿈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꿈 백화점이라는 제목 덕에 약간의 스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반전이 많은 책이다. 일 잘하고 센스 있는 상사 '달러구트'와 함께하는 신입 직원 '페니'의 회사 적응기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책은 페니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꿈 백화점 이야기지만 주된 초점은 꿈이 아니라, 백화점 운영에 맞춰져 있다. 꿈 제작자들의 작품을 백화점에 들여놓고 적절한 손님에게 팔아 돈을 버는 그런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사무적인 분위기는 또 아니다. 제목처럼 굉장히 아름다운 동화책 같은 느낌이다. 꿈을 통해 실현 불가능한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게 꿈의 매력이다. 이 책은 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 백화점 사장 달러구트는 손님이 적절한 꿈을 사도록 도와줌으로써, 각자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를 꿈 속에서 만나며 치유하도록 한다. 

 

작가가 애정하는 책 <해리포터>에 나오는 세 형제 이야기처럼, 여기에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짧게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가 은은하게 매력 넘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의미심장한 이야기는 언제나 읽는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과거, 현재, 미래 중에 어느 것일까? 작가는 북토크에서 '미래'라고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는 순식간에 현재가 되기 때문이다. 

 

'산타'가 꿈 제작자로 성탄절에 활동한다는 점도 재밌다. 더 놀라운 건 이를 통해 큰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그럴듯하다. 꿈을 통해 남들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시스템이다. 반면 동물이 꾸는 꿈을 만드는 '애니모라 반초'는 돈을 못 번다. 그런데 북토크에서는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인물로 꼽히는 영광을 안는다. 그는 진실되고 바른 마음을 가진 따뜻한 사람이다. 그래서 돈이 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동물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꿈을 열정적으로 만들고, 후에 그 보상을 받게 된다. 

 

이미예 작가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출퇴근길에 이 소설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김초엽 작가도 그렇고 작가 이력을 보면 이공계열이 문학과 결코 멀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라는 소재는 늘 우리 곁에 있지만 현실에 치여 대부분의 어른들은 꿈을 잊고 산다. 가끔 로또번호 나오는 꿈, 돼지가 품에 안기는 꿈이 아니면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삭막한 어른들에게 다시 꿈이 주는 설렘을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이미예 작가가 계속해서 집필활동을 왕성하게 이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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