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테 루카스 <당신의 완벽한 1년> 리뷰
로맨스 소설 <당신의 완벽한 1년>은, 거의 천 페이지에 달하는데도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꿀잼소설이다. 정말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로맨스를 풀어낸다. 우선 책을 어느 정도 읽을 때까지는 누가 로맨스의 주인공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처음부터 누가 누구와 이어질지 한눈에 보이는 것보다, 누가 이 책의 메인 커플인지 알 수 없는 전개가 훨씬 몰입감 있었다. 두 주인공은 독일에 사는 남녀다. 작가가 독일사람이기 때문이다. 독일 하면 노잼이라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숴준 훌륭한 분이다. 독일 사람들도 모두가 칸트처럼 규칙적으로 똑딱거리며 시계같은 인생을 사는 건 아닌가보다. 에너지 넘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한나'는 왠지 독일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는 '요나단'이 훨씬 더 독일사람처럼 사는데, 그 이유는 이탈리아인인 어머니의 영향은 거의 못받고 독일인인 아버지의 영향만 강하게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규칙에 철저하게 얽매인 삶, 겉으로는 멋있어보이지만 막상 그런 인생을 사는 본인은 자신의 인생이 끔찍하게 지루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불행하게 살아간다.
작품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한나의 조상 중에는 열정 넘치는 미국인의 피가 있는 게 틀림없다. 미국인들은 거침없이 창업을 하고, 무한긍정의 에너지를 자신의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아낌없이 발휘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뭔가 더 개선할 점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항상 자신이 맡은 일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이 경제대국이 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IT기업들은 다 미국에 있다. 그리고 나스닥 ETF 중에 IT기업 위주로 담은 ETF인 QQQ가 나스닥 상위권 100개 기업을 모은 SPY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만 봐도 열정적인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비전보드
이 책을 읽다보면 유명한 베스트셀러 <시크릿>이 떠오른다. 비전보드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실제 눈에 보이는 비전보드로 만들어서 자꾸 보다보면 정말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비전보드는 단순히 미신적인 것이 아니다. 나도 만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비전보드가 나에게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하기 때문에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비전보드는 내가 추구하는 목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뚜렷하게 이미지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자주 보다보면, 동기부여가 돼서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더 열심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꿈도 이루어지는 거다. 난 여기에 동의하지만 귀찮아서 비전보드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비전보드의 효과를 믿는 사람이다. 왜냐면 새해 목표를 세우면 몇개는 정말로 이루어진 적이 많기 때문이다. 굳이 비전보드를 만들지 않더라도 내가 머릿속에 계속 생각하고 바라는 게 뚜렷하게 있다면, 그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이혼하지 않는 방법
기계처럼 정해진 대로만 살아온 남주인공 '요나단'은, 어쩌다 마주친 운명 같은 다이어리의 지시에 따라 얼떨결에 비전보드를 만들면서 인생이 점점 바뀐다. 그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소위 돈 많은 백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억지로 살아가는 바보같은 사람이다. 그런 그의 인생을 바꿔준 게 바로 다이어리다. 요나단은 전형적인 독일 사람이다. 완벽주의와 철저한 규칙들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간다. 물론 그게 행복한 사람도 있지만, 요나단은 이런 삶의 방식에 행복을 느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라며 억지로 규칙적인 인생을 산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는 점점 피폐해지고 허무해진다. 결혼조차도 조건 맞춰서 적당히 잘어울리는 여자와 해버리지만 사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본인은 그걸 모르고, 그냥 조건이 잘 맞으니까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결혼한다. 결국 요나단과 아내는 헤어진다.
조건만 보고 결혼하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거나 스스로 바람이 나거나 이혼하게 된다. 잘 안맞는 사람과 결혼하면 형식적인 결혼생활이 된다. 마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억지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처럼, 억지로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안맞는 회사는 퇴근하면 벗어날 수 있지만, 안맞는 결혼생활에서는 이혼이 아니면 벗어날 방법이 없다. 결혼이라는 건 경제적으로 엮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모든 것들이 다 얽힌다. 회사에서도 나랑 안맞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결혼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결혼생활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배우자와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서로 자기 프로젝트만 도와달라고 우기면 팀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결혼은 가정을 만드는 일이다. 신뢰, 안정감, 사랑으로 가득한 든든한 기반을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결코 조건만 보고 기계적으로 하면 안 된다. 주인공 요나단은 그걸 마흔이 넘어서 깨닫는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방법
당신이 원하는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아인슈타인은 지금과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오늘을 어제와 다르게 살라고 말한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사는 한, 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자. 10년 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10년 동안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10년 뒤에 내가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풋, 하고 웃음이 터질 정도로 만들어보자.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 뭔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생각해보자. 분명 이 세상에는 내가 다른 일보다 더 쉽게 할 수 있고 나와 잘 맞는 일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면 나보다 더 잘 그리는 사람이 많다는 비겁한 핑계로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이 세상에는 다양한 그림체가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다. 로맨스 소설 <당신의 완벽한 1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완벽하게 아름답고 행복한 로맨스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인생을 행복하게 살라는 교훈도 가슴 깊이 새겨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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