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를 읽었다. 지금은 60대인 작가가 30대에 쓴 에세이다. 근데 책 내용 초반에는 가정이 있는 사람과 사귀었다는 언급이 있고 후반부에는 남편에 대한 언급이 있다. 아니 그럼 작가는 불륜녀였다는 건가? 검색해봐도 안나온다. 뭐지... 일본은 불륜에 관대하다더니 이걸 대놓고 자기 에세이에 적어서 출판을 했다고? 흠... 아무튼 에쿠니 가오리는 낭만에 살고 낭만에 죽는 그런 여자다. 약간 폼생폼사 같은 느낌이다. 무슨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얼음 있는 걸로도 감동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엠비티아이 검사를 하면 엔 100퍼센트 나온다고 확신한다. 제발 현실을 좀 살아 이 여자야~ 라고 면박주고 싶지만, 소설로 돈 많이 벌었으니까 주변에서 그런 말을 못하는게 아닐까. 다행히 에쿠니의 동생은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며 갓생살고 있다고 한다. 에쿠니는 제발 취직하지 말라며 뜯어말렸다고 한다. 정말 못말리는 사람이다.
에쿠니는 불륜 옹호론자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렇다. 《울지 않는 아이》 초반에는 상대방이 감정이 아니라 의지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게 이상하다고 한다. 가정에 충실하고 의리를 지키는 책임감 있는 사람을 매정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결혼을 하면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가장 되고싶지 않은 여자가 되는 게 슬프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낭만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결혼은 하면 안되는 게 맞다. 근데 결혼은 현실이다. 비현실적일수록 낭만적이다. 그러니 낭만과는 가장 거리가 먼 게 바로 결혼이다. 낭만 따위 집어치우고 온몸으로 현실에 부딪쳐야 하는 게 결혼생활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내 인생을 건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부가 회사 공동대표로서 아이들을 먹여살려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소설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다. 현실과 멀리 떨어져야 쉴 수 있으니까. 작가는 《울지 않는 아이》에서 자신의 취미가 욕조에서 책 읽는 것이라고 한다. 참 로맨틱한 일이다. 욕조에서 쉬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근데 그 두개가 합쳐지니까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외국 사람들이 해변가에서 책을 읽는 것도 그래서인가보다. 보통은 책이 물에 젖어서 상할까봐 안그러니까.
출판사: (주)태일소담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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