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운 작가의 《오고 있느냐, 봄》을 읽었다. 내가 인스타에서 즐겨보던 웹툰 작가가 책을 냈는데 그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에는 웹툰과 에세이가 함께 실려있다. 이다운 작가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꺼내 보여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힘껏 위로한다. 이미 청춘을 지나온 어른들이 쓴 책보다는,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쓴 책이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다 읽고나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싶어지는 책이 있는데, 이다운 작가의 《오고 있느냐, 봄》도 그렇다. 책표지도 예뻐서 좋고 내용도 좋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이라면 《오고 있느냐, 봄》을 적극 추천한다.
그런데 정말 어디로 가야할까? 나도 항상 고민된다. 지금처럼 계속 사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내 인생이니까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지만, 막상 마음대로 하려니 겁이 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스스로 돈을 버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다. 나에게는 직장을 떠나서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 퇴사하더라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으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리고 여러가지 능력이 있다면 직장 내에서도 훨씬 더 업무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수도 있다.지금까지 나는 그런 능력을 가꾸는 데 너무 소홀했다. 취미로 이것저것 배우긴 했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했고, 재테크도 도전해봤지만 너무 어려웠고 내가 직접 돈을 버는 게 아니라서 성취감도 약했다. 그나마 블로그가 가장 직접적인 성취감을 주지만 마음 가는대로 자유롭게 운영하다보니 수익이 너무 적다. 내일 모레면 직장생활 10년차인데도 여전히 흔들리는 청춘이다.
《오고 있느냐, 봄》에서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서 참 좋다. 미래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청년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작가 이다운은 책을 통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인다. 흔들릴 때마다 작가를 다잡아준 건 가족과 친구들이다. 그리고 어제를 충실히 살아낸 작가 자신이었다. 열심히 살아낸 하루는 언젠가 반드시 보답한다. 작가는 알바도 하고 취업도 하고 여행도 다녀보지만 결국 그림작가의 길로 돌아온다.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작가를 그림의 길로 돌아오게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쓰게 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림과 글은 하나의 소통창구니까 그런가보다. 결국 이다운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었나보다. 작가가 이야기를 나눠줘서 참 고맙다.
작가는 책 《오고 있느냐, 봄》에서 가끔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럼 지금까지 애써 살아온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는데 그건 싫다며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말을 바꾼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기 때문에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다.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들조차 내가 겪어낸 소중한 내 인생이고 나를 만들어준 조각들이니까.
출판사 : 용감한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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