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블루 <마지막 여름> 리뷰
책 <마지막 여름> 리뷰
밀리의서재에서만 독점적으로 있는 소설 <마지막 여름>을 읽었다. 검색하니까 외국도서 <마지막 여름>밖에 안나온다. 목차를 보니 내용 구성도 비슷한 것 같다. 할머니가 과거 회상하는 이야기다. 근데 라벤더블루 작가는 연애를 안해본 게 틀림없다. <마지막 여름> 속 인물들의 연애 이야기가 너무 개연성이 없고 환상적이다. 나만 바라봐주는 백마 탄 왕자님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며 연애가 시작된다. 역시 소설을 쓰려면 다양한 경험은 필수다. 특히 로맨스 소설을 쓰려면 연애 경험을 해야 더 스토리가 탄탄하고 풍성해진다. 주인공 순영이를 우진이가 왜 그렇게 무턱대고 좋아하는지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마지막에 다이빙 선수에게 들이대는 남자도 너무 뜬금없고 터무니없다. 솔직히 남자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큰소리로 공개데이트 신청하고 주변에서 야유하면 있던 정도 떨어진다. 그나마 난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아서 재밌게 읽었다.
<마지막 여름>은 생명이 다해가는 할머니가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진행되는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다. 여주인공 순영은 제주해녀였고 남주인공 우진은 대학생이었다. 우진은 순영의 오빠와 대학친구이자 함께 사회운동을 하는 사이다. 우진은 친일파 가문의 후손으로 잘먹고 잘살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사회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순영은 시대의 아픔에 의해 가족도 잃고 연인도 잃고, 한 맺힌 인생을 버티듯이 살아낸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자유롭게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진다. 우진은 순영을 구해주기 위해 자기 인생을 바친다. 그런 면에서 우진이 왜 그렇게 순영에게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순영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가 소설에 더 분명하게 언급됐더라면 훨씬 더 감동이 깊어졌을 것이다. 하다못해 순영의 외모가 빼어났다는 언급조차 없다. 우진이가 반한 순영이의 모습이 땟국이 흐르는 촌스러운 시골 처녀로 묘사되어서 납득이 잘 안된다. 순영이가 나중에 깨끗하게 씻고 좋은 한복을 입었을때조차 화사하게 빛이 났다는 묘사도 없이 휙 지나간다.
책 <마지막 여름>에서 아쉬운 점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그만큼 책이 재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점이 보완되었으면 더 완벽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악역 '아귀'와 맞설 때도 순영은 너무 여린 소녀같다. 여린 소녀가 맞긴 하지만 제주해녀로서 웬만한 남성만큼 기운도 세고 기세등등하다는 말이 분명히 책에 나와있는데, 그에 비해 순영이는 너무 순둥순둥하다. 물론 당연히 살기 가득한 상대의 눈빛과 협박조의 말투 때문에 겁먹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차라리 아귀가 우진을 잡아가려고 할 때 순영이가 멋있게 막아주고, 그런 모습에 반해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전개였으면 훨씬 재밌고 설득력도 탄탄하게 가져갔을 것 같다. 힘없는 여주를 지켜주는 멋진 남주 스토리는 거의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급으로 오래 우려먹는 사골소재다. 그래서 힘센 여주가 꽃미남 남주를 지켜주는 스토리였으면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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