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저주토끼' 리뷰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를 읽었다. 책 '저주토끼'는 단편소설집이다. 그런데 다양한 뉘앙스가 아니라 특정 분위기를 일관되게 풍긴다. 책 '저주토끼' 속 모든 이야기들은 해피엔딩이 아닌 다소 불쾌한 결말을 맞는다. 단 하나의 해피엔딩도 허용하지 않는 작가의 단호함이 보이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세상의 쓸쓸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고 밝힌다. 근데 이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 나름 판타지적 요소를 띤 책 '저주토끼'는, 기분 나쁜 마법으로 복수를 해주지만 이상하게 통쾌하지 않고 더운 여름날 장마철같이 찝찝하다. 그와중에 스토리 전개는 매우 독특하고 신선해서 자꾸 다음 편을 읽게 된다. 저주토끼에 대해서만 말해보자면, 저주토끼는 한 할아버지가 만든 저주용품이다. 착하게 살던 사람을 무너뜨린 나쁜 사람이 너무 승승장구하고 잘 먹고 잘 사니까, 그걸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복수의 화신이 바로 저주토끼다. 근데 이상하게 복수에 성공해도 통쾌하지가 않다. 내가 너무 착해서 그런지, 아니면 인간의 본능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저주토끼가 저주에 성공하고 난 후의 풍경은 전쟁이 끝난 것처럼 황폐하다. 모두 죽거나 병들어 있다. 과연 이게 우리가 원하던 진정한 복수일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진정한 복수는, 나쁜 사람이 회개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도대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으며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것, 그리고 용기내어 사과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이자 복수가 아닐까. 모두가 파멸하는 결말은 생각보다 통쾌하고 시원하지 않다.
책 '저주토끼'는 드라마 '사이코패스지만 괜찮아'가 생각나게 한다. 소설 속 배경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만, 각 단편 속 주인공들이 겪는 이야기는 너무 기묘하다. 분명 현실 속에 있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판타지 세계에 들어와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요정이 뛰노는 판타지가 아니라, 서늘하면서도 쓸쓸한 유령이 떠도는 판타지다. 책 '저주토끼' 속 어떤 단편은 소소하게 마무리되지만, 어떤 단편들은 너무 끔찍해서 웬만하면 청소년에게는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 읽으면 충격받을 수도 있다. 이런 책에는 표지에 크게 19세 표시를 해야된다. 그래도 마냥 아름답기만 한 해피엔딩에 질린 '성인'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비슷한 책 추천
'책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너울 <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리뷰 (0) | 2022.06.30 |
---|---|
서경희 < 수박 맛 좋아> 리뷰 (0) | 2022.06.27 |
라벤더블루 < 마지막 여름 > 리뷰 (0) | 2022.04.01 |
아녜스 마르탱 뤼강 < 손가락 사이로 찾아온 행복 > 리뷰 (0) | 2022.03.21 |
기욤 뮈소 < 완전한 죽음 > 리뷰 (0) | 2022.03.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