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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스탠 패리시 < 러브 스틸러> 리뷰

by 티라 202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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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패리시 <러브 스틸러> 리뷰

러브_스틸러

 

 

미국 범죄스릴러 <러브 스틸러>는, 검은 오토바이를 타고 보석가게에 침입해서 다이아몬드를 훔친 범죄자들의 이야기다. 국내영화 <도둑들>을 떠올리게 한다. 도둑인데 멋있고 도둑이 주인공이고 도둑을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많이 등장해서 혼란스럽다. 이름도 너무 길고, 등장인물 수도 일본 애니 <원피스>만큼 많고, 그 인물들이 다 비중이 큰 것도 아니라서 더 이름이 안 외워진다. 만화 <원피스>에서는 각 에피소드마다 특색이 뚜렷해서 그나마 구별이 되지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인물 일색이라 만화 <나루토> 후반부를 보는 것 같다. 각 인물들이 구별도 안될 뿐더러, 이름도 너무 길고 안외워진다.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뚜렷하게 머릿 속에 남은 인물은 주인공 알렉스와 다이앤 둘 뿐이다. 그러니 읽으면서 너무 헷갈리는 사람이라면, 이 두사람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정의로운 홍길동처럼 검은 돈을 훔치긴 했지만 그래도 범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선량한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충격을 줘서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 악랄한 상대편 범죄자들에겐 총격과 끔찍한 상처도 입힌다. 드라마 <빈센조>도 그렇고 이 소설도 그렇고, 나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면 그 행위가 잔인해도 암묵적으로 용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이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상도 아니다. 소설에도 나오듯이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부를 뿐이다. 내가 고통을 당하면 똑같이, 아니 열배로 갚아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이 세상은 온통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로 가득차버린다.

범죄자 알렉스

주인공 '알렉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벤트 회사를 운영한다고 소개한다. 보석상에서 총으로 가게 주인을 위협하여 다이아반지를 훔치는 절도범이라고 소개할수는 없으니까.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직업이 과연 정상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사람들에게 직업을 소개하지 않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내더라도, 내 마음 속 양심은 알고 있다. 내가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그 때문에 알렉스는 악몽을 꾸고,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마약성 약물인 케타민 주사까지 맞는다. 하지만 아무리 환각에 빠지더라도 범죄를 저지르기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한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어려워진다. 알렉스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손을 털고 새 인생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자식들이 납치당하며 다시 깊은 범죄의 늪으로 빠져버린다.

알렉스는 오랜 범죄 가담행위를 통해 먹고살 걱정이 없을만큼 돈을 벌었지만 마음 속은 지옥이다. 처음 그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은 부자 관광객을 위협하여 그들이 걸친 보석을 빼앗을 기회를 손에 넣었을 때다. 그러나 일은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 친구는 목숨을 잃고 자신은 범죄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무능력한 자는 버림받거나 죽임을 당하고, 쓸모있는 자는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게 범죄 세상이라는 걸 책에서 보여준다. 범죄 스릴러 책이긴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건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이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없어져야 할 바퀴벌레일 뿐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생각은 무책임한 논리다. 내가 사는 세상은 내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부터 내가 사는 세상은 범죄로 물든다. 이 세상엔 다양한 부분이 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범죄로 가득한 세상에 살 수도 있고, 평화로 가득한 곳에 살 수도 있다.

멕시코에서

이 책이 범죄스릴러긴 하지만 급박한 총격전만 나오진 않는다. 드넓게 펼쳐진 카리브 해를 바라보며 휴양지의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는 기분도 알 수 있다. 알렉스의 딸 '파올라'는 멕시코 해변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디제잉을 한다. 처음에는 낭만적이고 흥이 넘치며 자유롭고 화려한 곳으로 나오던 이곳은, 곧 배신과 총질이 난무한 범죄로 떡칠된 도시로 전락한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평범한 관광객으로 가서 즐겁게 놀다가 올 수도 있고, 막대한 돈을 벌 기회를 노리며 범죄의 그물로 스스로를 옭아맬수도 있다. 주인공들이 범죄에 연루되기 전까지는, 해외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나중에 상황이 괜찮아지만 멕시코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곳의 풍경과 아름다움과 매력이 잘 표현되어 있다.

알렉스의 딸 파올라와 다이앤의 아들 톰은, 자석에 이끌리듯 친해져서 같이 바다 수영을 하고 파티를 쏘다니며 밤새 놀러다닌다. 낯선 도시의 아름다운 바다에서 뛰놀고 화려한 클럽에 취해서 해가 뜰 때까지 춤추고 술 마시며 즐기며 노는 두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흥청망청 즐기는 10대 아이들을 보면 젊음이 마냥 부럽지만, 그들의 부모는 자식이 한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파올라의 아버지 알렉스도 범죄자라서 그런지 파올라를 전혀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에서 벗어나지 못해 파올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신을 더 한심하게 여긴다.

범죄자의 해피엔딩은

책 <러브 스틸러>에서 알렉스는 '러브'와 '스틸' 둘다 놓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랑도 지키고 도둑질도 잘 해낸다.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복수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부른다. 알렉스와 다이앤이 마리셀에게 복수했지만, 마리셀의 자녀들이 다시 파올라와 톰에게 복수할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복수는, 이 비극의 사슬을 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바르고 성실하게 살며 행복과 안정감을 되찾는 것이다. 방황도 돌아갈 곳이 있어야 즐겁다. 여행도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있어야 휴식이지, 주거지도 없이 떠도는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삶이자 일상이다.

범죄자도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고 평범한 일상을 갈구한다. 목숨과 총격이 오가는 스릴 넘치는 범죄는 영화나 소설로 볼 때나 재밌지, 현실이 되면 지옥이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범죄를 멈추는 것이다. 알렉스가 범죄에서 손을 씻고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자식이 납치당하지만, 그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가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범죄에 대한 가혹한 대가일 뿐이다. 내 생각에 알렉스와 다이앤 가족은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한다. 마리셀과 그의 자식과 손주들이 반드시 그들에게 복수해올 것이다. 물론 그들 선에서 복수의 굴레가 멈춘다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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